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노사정 대표자들을 만나 3월 말까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탄력을 붙을지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 인 게 현실이다. 지난해 12월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기본 합의안을 확정했지만 60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등의 현안을 비롯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놓고 노사정의 의견이 제각기 달라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3월까지 접점이 모아진 내용을 중심으로 합의안을 도출한 뒤 이후에 단계적으로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단계적 합의론’과 합의시한 자체를 뒤로 늦추자는 ‘연장론’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날 오찬에서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가 발달된 서구 사례를 보더라도 이행 과정상 진통이 수반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물리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쫓겨 논의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부실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론화를 통해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는 합의시한에 대해서는 3월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노동계의 의견을 수용해 사회 공론화 과정과 절차를 위한 현장과의 대화를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합의 수준이 지극히 낮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개별 안건 하나 하나마다 중요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3월이라는 시한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합의를 이루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중구조와 사회안전망 이슈를 다루기 위해 열린 노사정위 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노사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원ㆍ하청 상생협력과 대ㆍ중소기업간 격차해소,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불합리한 차별 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수준에 그쳤다. 쟁점에 대한 의견 접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노사정 대표자들이 오찬 회동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부문인 원청과 하청 업체간 불공정거래와 갑질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범 정부적으로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하라고 당부함으로써 추진동력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일부 정부 부처에서 노동관련 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노사정위의 역할과 기능으로 봤을 때 대화의 장을 열 수는 있지 노사를 설득할 툴이 거의 없어 어려움이 컸다. 특위는 이달 말부터 논의 중인 개별 이슈들을 함께 모아 패키지로 처리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대표자들이 큰 틀의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김동만 위원장은 “노동문제는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보호 측면에서 접근해야 되고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뿐만 아니라 교육ㆍ주거ㆍ의료 등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노사정 대표와의 오찬 회동은 집권 3년차를 맞아 핵심 국정과제를 시간표 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불어 개혁을 통해 등 돌린 민심을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4대 부문 구조개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을 비롯한 노동개혁을 올해 안에 추진할 4대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뒤 노사정 대표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