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비즈니스 정글 생존법


지난해 여름 중국 비즈니스 세계를 다룬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흥미롭게 읽었다. 정글은 산크리스트어 '장갈라(Jangala)'가 어원인데 보통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활엽수림으로 빽빽한 열대우림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철저하게 약육강식이 지배한다는 메타포(metaphor)로 정글을 사용하고 있다.

작가의 비유처럼 해외 비즈니스의 세계는 곧잘 정글에 비유되곤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종합상사 상하이 주재원이 경험한 중국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시장'이며 거래관계에서도 관시(關係)와 미엔쯔(面子)가 중요시되고 정품과 구별하기 힘든 모조품의 제조와 유통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관세기구(WCO)는 전 세계 모조품 유통량을 진품 유통의 5~7%로 추산한 바 있다. 2013년 한중 간 교역량이 2,700억달러가 넘은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우리 제품의 모조품 교역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의 지재권 침해 피해 사례는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은 중국에서 모조품이 대규모로 유통돼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상표를 달고 중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상당수가 위조 상품으로 추정될 정도라 하니 이 기업의 피해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유명 화장품 회사는 태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태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이미 현지의 한 회사가 자국에 상표 등록을 마친 후였다고 한다. 결국 이 업체는 상표권 확보에 실패해 진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한다.

나라마다 지재권 환경이 다르므로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 전에 해당 국가의 지재권 제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수출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해당 국가에서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아 권리 침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신속한 권리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해당 국가의 경쟁업체가 보유한 지재권에 따른 분쟁 발생 가능성도 꼼꼼히 살펴보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이런 피해를 예방하고 제대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특허청도 자체적으로 지재권 문제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중국·베트남·태국 등 4개국에 해외 지식재산센터인 IP-DESK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최근 들어 우리 기업 대상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유럽 지역에도 IP-DESK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해외에 진출할 때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지재권 분쟁을 우리 중소기업들이 현지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정글과도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지재권 문제로 피해를 보거나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허청도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이 지재권 침해나 분쟁에 대한 부담을 덜고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적극 도울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