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분쟁 리스크경영 나서야 2003년이후 기업 23%가 민사소송 휘말려 시대변화 인식 '법률적 약자' 권한 주의해야
입력 2007.10.08 17:37:22수정
2007.10.08 17:37:22
기업 4곳중 1곳꼴 민사소송 휘말려
■ 법률분쟁 리스크경영 나서야소비자등 '법률적 약자' 보호장치 강화 추세불분명한 법률규정 탓 피소되는 경우도 많아'소송불감증' 버리고 법무인력 양성등 힘써야
국내 기업들의 경영현장에는 근로자ㆍ주주ㆍ소비자들과의 접점마다 법률 분쟁을 야기시킬 각종 관행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마찰을 과거 방식에 따라 처리하곤 한다. 하지만 법적 보호장치가 강해지고 정교해진 현재의 상황에서는 관행만 믿고 일을 처리하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막대한 법률 분쟁 리스크’를 치러야 한다.
자칫 시대변화에 적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다간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관행대로’ 고수했다간 막대한 비용 지불한다=건설업체 C사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반경 1㎞ 이내에 쓰레기매립장이 건설 중인 사실을 알고서도 계약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아파트 분양을 강행했다. 예전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 사이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과 커진 목소리를 몰랐던 C사는 계약자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고스란히 지불해야 했다.
최근 파업을 겪었던 D사는 노조를 상대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법을 무시한 채 파업 참가 일반 조합원에게도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소송 자체를 기각해버렸다.
D사 경영진은 ‘파업에 따른 손실책임’을 묻겠다며 어깨에 힘을 잔뜩 줬지만 결과적으로 체면만 구겼다. 나아가 불필요한 소송 진행으로 상당액의 비용도 허공에 날려야 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사법적 헛발질’을 해대는 것은 사내에 전문인력을 두지 않은 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전체의 22.9%가 민사소송이 제기돼 법률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법무팀을 꾸리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16.1%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은 단 2.1%만이 법률업무 전담자를 두고 있다.
조근호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사내 변호사를 회사의 바람막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전관 출신 변호사들만 선호하는 기업이 많다”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요구와 환경에 맞는 법률전문가를 길러내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소비자ㆍ주주ㆍ근로자 법적 권한’ 꼼꼼하게 챙겨라=이번 대한상의 조사에서 확인된 기업들의 민사소송 불이익 판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 더 조심하거나 신경을 쓰면’ 법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경영진이 회계규정을 제대로 몰라 결산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르거나 회사 직원들의 업무 변경을 정당한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임의로 단행하는 것은 '소송 불감증'의 단적인 사례들이다. 회사가 미리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소송까지 가지 않을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대기업체 법무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마디로 시대가 변했다는 점을 (기업이) 인식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법률적 약자였던 소비자ㆍ소액주주ㆍ근로자들에 대해 법적 보호장치가 강해지는 추세여서 기업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 많은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법률 규정 자체가 불분명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여럿인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현행 상법에는 자사주 처분에 대한 별도의 제한규정이 없지만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위협에 직면한 업체가 자사주를 우호주주에게 매각한 것에 대해 법원은 “기존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무효판결을 내렸다. 대한상의는 “경영권 방어 차원의 자사주 매각을 일정 요건하에서 허용하는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기업법 전담재판부의 한 부장판사는 “시민들과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되며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기업 활동과 관련한 소송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계약서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예전에 사업하던 방식과는 다른 강화된 법률 지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김홍길기자 what@sed.co.kr
입력시간 : 2007/10/08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