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2-5. 기업 영속성의 키워드

“21세기에는 `좋은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된다. ”(폴 M 미너스 UN경제윤리위원회 위원) 어떤 상황에서도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탈법이나 편법을 선택하고 싶은 유혹에 노출된다. 하지만 바로 이점이 기업의 영속성을 해치는 내부의 함정이다. 대부분의 실패한 기업들은 `한순간의 실수` 때문에 무너져 내렸다. 마치 뿌리를 내리기 무섭게 쑥쑥 크는 나무들이 조금만 거센 비바람에도 너무 쉽게 뿌리채 뽑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존슨&존슨, 듀퐁, 네슬레, 코카콜라, 제네럴일렉트로닉스(GE), ABB, 버버리 등 100년, 200년 영속하고 있는 세계 초장수 기업들은 `정직과 신뢰`나 `엄격한 자체 규율`등 독자적인 경영철학들을 지니고 있다. ◇엄격한 도덕이 장수노하우= 국제적인 금융기업인 모건스탠리증권은 세계 경제가 주목할 만한 초대규모 M&A(기업 인수 및 합병) 중개사업을 대부분 독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이뤄진 것으론 쉐브론과 텍사코의 합병(쉐브론 텍사코), 미국의 아모코와 영국의 BP 합병(BP 아모코) 등이 있다. 또 필립모리스가 189억달러를 들여 과자회사 라비스코를 매입한 것이나 주류회사인 그랜드 메트가 183억달러를 주고 주류회사인 기네스를 산 것 역시 모건스탠리의 작품이다. 전 세계 지점망을 포함해 이 회사가 성사시키는 M&A는 연간 대략 300건 정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같은 실적은 모건스탠리가 지난 1935년 창업이래 줄곧 고수한 `신용 최우선`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양호철 모건스탠리증권 한국지점 대표는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에서 임직원을 뽑는 가장 큰 기준은 정직성이다. 개개인의 능력은 그 다음 평가 대상일뿐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정직성이 의심스러우면 결코 선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과 규제는 초보적인 규율=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은 하지만 법이나 규제 기준보다 훨씬 강한 자체 규율을 갖고 있다. 지난 1865년 설립된 독일계 종합화학업체인 바스프는 기업이 어떤 기준의 경영철학을 갖춰야 초장수를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9일 독일 현지에서 그룹 사상 처음으로 수질 배출, 직업과 제품 유통상의 안전과 제품책임주의를 선언했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기업활동의 결과물에 대해 사실상의 무한책임을 표명한 것이다. 에거트 포셔라우(Eggert Voscherau) 바스프 집행이사회 부회장(노사관계 담당이사 겸임)은 이와 관련, “환경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바스프의 이 같은 목표는 고객, 종업원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법규나 정부 규제 수준에 맞춰 기업을 경영하기 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체규율을 통해 스스로를 다져가겠다는 의지다. ◇CEO에 투자했다= 초장수 기업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 가운데는 CEO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진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한 기업들의 경우 한결같이 능력있는 최고경영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최고 경영자(CEO)의 리더십이 기업을 영속적으로 존립하게 만드는 또 다른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기업 가운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의 기업들중 59%가 공식적으로 CEO선발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전세계 18만명의 임직원 가운데 30~40대 사원 500명을 CEO후보로 선정해 `소니대학`에서 경영자 수업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호주출신의 도드 에딩턴 영입), 스웨덴 ABB(독일 제약업체 출신 도르만 영입) 등 내부에서 CEO급을 찾는데 실패할 경우 과감하게 외부로부터 영입하는 것도 공통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웨인 센더스 킴벌리클라크 회장은 이와 관련, “경영의 본질은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제대로된 기업을 만들고 못만드는 것은 리더십이 얼마나 출중하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렸다는 말이다. ■회사비전에 대한 신뢰 설문 "경쟁력있다" 73.5% 비교적 후한 평가 본지의 시리즈에서 나타난 신뢰경영의 필요조건중 하나가 바로 `기업의 실력`이다. 경쟁력을 갖출 때 회사의 신뢰경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체 임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들로부터 얻은 경쟁력 지수는 73.5. 전체 평균(70.54)에 비해 비교적 후한 점수가 나왔다. 기업인들은 자신의 회사가 나라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74.6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회사에 대한 자체 진단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사회로부터의 이미지에 대해 75%가 `좋은 편`이라고 답했고, ▲고객 만족도(74.40) ▲품질수준(78.20) ▲서비스 수준(76.00) ▲판매력(75.20) ▲신상품 개발(74.00) ▲신기술 적용(74.00) 등에서 대부분 후한 점수를 주었다. 기업인들 스스로 우리 기업의 실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를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다만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는 72.20%만이 경쟁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답해, 노동 측면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함을 드러냈다. /김영기기자 `우격다짐 경영` 시장선 안통해 ■日대표기업 니콘ㆍ캐논 운명 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은 시장이나 소비자,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공통분모를 갖고있다. 단기적으로는 우월적 지위를 통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생존 기반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니콘과 캐논. 세계 2차대전 직후인 지난 45년 동시에 창업한 이 두 회사는 한 때 세계 카메라 시장을 양분할 만큼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서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의 선택에 따라 엇갈리는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다. 캐논은 홋카이도대학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창업주 미타라이(御手洗毅)가 소규모 렌즈공장을 인수해 기업을 일구던 당시만 해도 자본금 300만엔에 종업원 수십명 정도였던 동네공장 수준이었다. 이미 그 시절 거대 자본이 투입된 니콘은 물론 독일의 라이커, 콘탁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미타라이 회장이 이 때 취한 선택은 `오른손에 카메라, 왼손에 사무기`라는 슬로건 아래 펼친 사업다각화. 지난 66년 복사기를 시작으로, 80년대 들어 컴퓨터 주변기기, 90년대 반도체 제조장치로 까지 끊임없이 변신했다. 반면 군수기업이던 일본광학에서 전후 미쓰비시 계열로 재출범한 니콘은 출범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된 풍부한 광학기술 등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선 `카메라=니콘`이 연상될 정도로 카메라의 대명사쯤으로 급부상했다. 니콘은 특히 카메라 말고도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하다는 태도가 조직 전체에 짙게 깔려있을 정도였다. 파벌의식도 강해서 창업후 최근까지도 동경대 출신이 아니면 CEO에 올라설 수 없을 정도로 관료적인 체질이었다. 니콘은 고객이 카메라를 살 수 있도록 `팔아주겠다`는 자세였던 반면 캐논은 `사줘서 고맙다`는 입장이었다. 대리점을 대하는 자세 역시 니콘이 `팔 수 있게 해주겠다`는 입장이라면 캐논은 `팔아줘서 고맙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니콘이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상대로 우격다짐을 벌였다고 한다면 캐논은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으며 새롭게 다가오는 시장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것. 캐논의 지난 2000년 매출액은 2조8,000억엔(경상이익 2,450억엔)에 달한 반면 니콘은 같은 해 5,100억엔(경상이익 300억엔)에 그쳤다. 매출 기준으로 5.6배, 경상이익 기준으로는 8.2배 가량의 격차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인 갈림은 바로 시장 위에 군림하려 했는지, 시장에 순응하고 소비자에 충실하려 했는지 여부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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