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에도 수입차값은 요지부동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대부분 수입차 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한 원화대비 외환 가치는 달러화가 6.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엔화는 9.9%, 유로화는 2.2% 각각 떨어졌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국내 시장에서 그만큼의 가격 하락 요인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원화 강세로 가격을 어쩔 수없이 올리는 것과 달리 수입차업체들의 국내 시판 가격은 환율 하락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지난 4월말 ES350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종전 모델(ES330)보다 330만원 높인 5천960만원(최저가 모델 기준)에 내놓았다. 도요타가 한국보다 엔화 약세가 훨씬 덜한 미국에서 ES350의 가격을 종전 모델보다 단 870달러(한화 약 82만원) 올리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국내 가격 인상폭이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등도 올해 들어 특소세 인하조치가 환원되면서 가격을 일제히 올렸을 뿐 환율하락을 가격에 반영하지는 않았다. 김철환(43.강남구 대치동)씨는 "국내 업체들은 원화강세로 해외시장에서 가격을높인다는데 그렇다면 같은 원리로 국내에서는 수입차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값을 인하한 수입차 업체들도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이달부터 PT 크루저 카브리오와 세브링 컨버터블의가격을 200여만원 낮췄고 푸조와 볼보, 포드 등도 최근 일부 차종의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벌이는 중위권 업체들에서만해당될 뿐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두권 업체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권 업체들이 모두 럭셔리 브랜드이다보니 고객들의 가격 민감도가 떨어져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업체들은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아니라고 항변한다. BMW코리아는 "BMW 본사에서 5년마다 한 번씩 각 시장마다 기준환율을 정해 현지법인과 계약을 하기때문에 최근의 환율하락에 덕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도 "환율이라는 것이 언제 다시 오를 지 모르는데 지금 떨어진다고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면서 "또 환율이 하락했다고 차값을 내리면 불과몇 달전에 차를 산 사람은 손해봤다는 느낌이 들 것 아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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