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지하경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중앙은행이 환율 암시장에 굴복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로 외환시장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암시장을 공식 인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18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공식 환거래소에서 외화가 암시장 시세에 따라 거래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과 환거래소 관계자 간 회동 직후 나온 이 같은 방안은 이란 경제에 대한 서방의 전방위 제재 이후 리얄화 가치가 폭등한 것을 고려해 나온 조치다.
이란 중앙은행은 리얄화 환율이 최근 2배 가까이 치솟자 지난 1월26일 리얄 환율을 달러당 1만2,260에 고정시켰으나 리얄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이후 계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결국 중앙은행은 이날 공식 환율은 달러당 1만2,260리얄로 유지해 수입 생활필수품 가격 등에 적용하는 한편 시장 환율은 암시세에 가까운 달러당 1만9,000리얄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하경제에 의존하는 것은 이란 경제뿐만이 아니다.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북한의 경우 지하 경로로 유입되는 달러화와 위안화 등이 판을 치면서 지하경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당국도 이를 그대로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앞서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바 있다.
북한에서는 소비자의 83%에 해당하는 2,000만명가량이 지하경제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획경제 붕괴로 제도권 경제보다 암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암시장 단속에 돌입할 경우 북한 경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계획경제체제를 고수하는 쿠바 역시 국민 생활이 사실상 지하경제에 따라 유지되면서 지하경제는 필요악으로 자리잡았다. 워싱턴타임스는 쿠바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쿠바 인구의 95%는 어떤 형식으로든 지하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제한적인 경제에서는 모두가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