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 '신사업'이란 단어가 거의 사라지는 등 갈수록 국내투자가 시들해지고 있다. 10대 그룹 83개사 가운데 올해 정관을 변경하면서 신사업을 추가한 곳은 7개로 1~2년 전의 절반을 밑돈다. 국내외 경기침체와 신성장동력 부재도 원인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대기업 때리기'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1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 공정거래위원회와 과세당국 등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ㆍ감면 폐지, 세무조사 확대,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행위 제재 강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에는 눈을 감은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만 크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의 판매품목 등 영업규제 강화에 안달이다.
창업ㆍ벤처 활성화, 중소ㆍ중견기업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지만 대기업의 투자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합리적인 선을 넘어선 규제는 투자의지를 꺾어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높인다. 기업들은 이미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 20년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이 4.8%(1993~2002년)에서 4.0%(2003~2012년)로 떨어지는 동안 해외직접투자는 10.7%에서 17.2%로 높아졌다. 비싼 생산비용과 규제 등 국내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밖으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미국과 유럽ㆍ일본은 이미 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기업 규제를 네거티브(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으로 대폭 전환하고 국내 법인의 영리병원ㆍ학교 설립 허용, 노동규제 완화, 외국인투자기업과의 역차별 해소에 나서라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게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