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를 대표했던 30대그룹 가운데 7개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절반이 넘는 16개 그룹이 자생력을 잃고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선정한 30대 그룹중 동아·고합·신호·거평·강원산업그룹 등 5개 그룹이 워크아웃 과정에 있으며 아남그룹이 10월말에, 쌍용그룹이 11월초에 워크아웃을 신청해 놓고 있다.
5대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그룹들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6~10대 그룹에서는 쌍용(6위)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기아(8위)는 부도후 그룹이 완전히 해체됐고, 한화(9위)는 협조융자에 힘입어 힙겹게 살아났다.
쌍용그룹은 쌍용자동차와 쌍용제지, 쌍용투자증권과 쌍용건설 미국법인 등을 매각한데 이어 쌍용정유마저 매각키로 방침을 정하고 구매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쌍용은 주력사의 일부 자산매각과 함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13개 계열사에 대해 매각 또는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계열사가 현재 20개에서 내년도에는 7개로 줄어들어 그룹의 모태인 양회를 중심으로 하는 시멘트 기업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기아그룹은 기아자동차 부도후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상태며, 주력기업인 기아자동차도 현대로 매각돼 공중분해될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한화기계 베어링부문·한화바스프우레탄·경향신문 등을 정리한데 이어 그룹의 주력이면서 핵심사업인 한화에너지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부문은 이미 현대에 매각이 확정됐으며 발전부문도 연내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지난해말 주력 계열사들의 연이은 부도후 미국의 기업회생 전문회사인 로스차일드사를 통해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있는 한라그룹(12위)은 만도기계·한라건설·한라시멘트 등 주력 3사가 화의에 들어갔으며 한라중공업은 채권단으로부터 법정관리 승인을 받아 놓고 있다. 따라서 화의중인 3개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소그룹으로 변모하게 됐다.
두산그룹(14위)은 지난 9월 OB맥주와 두산상사·전자·정보통신·백화·기계·개발·경월 등 9개사를 (주)두산으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두산은 이에 따라 계열 23개사를 (주)두산, 두산포장, 두산건설, 오리콤 등 4개 핵심주력 사업중심으로 재편하는 사업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 했다.
효성(17위)도 효성T&C와 효성물산·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 등 주력 4사를 (주)효성으로 합쳤다. 또 나머지 16개사도 매각 또는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줄일 계획이다.
고합(21위)과 동아(13위)가 그룹을 해체하고 15~20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주력사 하나로 통폐합할 예정이며 뉴코아(25위)가 법정관리, 진로(19위)·해태(24위) 등은 화의절차를 진행중이어서 개별기업으로서 명맥만 유지할 전망이다. 대상그룹(29위)은 알짜사업인 라이신 사업을 해외에 매각했으며 한솔그룹(16위)은 모기업인 제지를 팔아 그룹규모를 크게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