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쇼크` 증시조정폭 어디까지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의 메모 한 장이 모처럼 봄기운이 돌던 한국증시를 또다시 차갑게 식게 했다. 종합주가지수가 600선까지 밀리자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 부담이 제기됐던 시점에서 기다렸던 적절한 조정”이라며 2분기 증시는 550~650 선에서 반등과 조정, 재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베이징 3자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터져나온 럼스펠드 장관의 `북한 지도부 축출` 메모 파문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전날보다 17.51포인트 (2.81%) 하락한 603.32로 마감했다. 지수는 프로그램 매물을 앞세운 기관의 2,397억원 순매도로 낙폭을 키워 오후 한때 6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외국인도 이틀째 253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으며 개인이 건설주를 중심으로 2,708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상승하던 원화가치도 북한 핵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220원대를 회복했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지수가 단기 급등한 데다 프로그램 매물부담으로 이틀째 조정을 받았다”며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아직 남아 있고 기업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우려와 유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580선까지의 조정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는 북한 핵 문제ㆍ유가 동향, 경기둔화에 따른 정부 정책변화ㆍ국내외 자금동향 등 4가지 변수에 좌우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과 유가 안정 등은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내수 둔화와 외국인들의 이탈, 주식보다는 채권으로 몰리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여전히 증시 자금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이라크 전쟁 등 리스크 프리미엄 해소로 주가가 반등했지만 내수경기 경착륙, 신용리스크 증가, 은행부실여신 노출 우려 등 내부 악재로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 해결 진전 등으로 국가 위험도가 감소하고 국내외 경기 부양에 힘입어 증시가 재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이탈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외국인들은 최근 국내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만증시에서는 3월 이후 주식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어 차별화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기술주를 매매하면서도 한국에서는 팔고 대만에서 사고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이에 따라 2분기 평균지수로 590선을 예상하면서 550선에 근접할 때 사고 650선에서는 파는 단기 매매전략을 권했다. <김호섭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