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통위 인선 무리수

일주일간 공석이던 3명의 금융통화위원 자리가 채워진 뒤 22일 금통위가 열렸지만 인선을 놓고 여전히 뒷말이 무성하다.‘이헌재 사단’이 중앙은행까지 ‘점령’했다는 불만이다. 물론 이번 인선이 성공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특히 첫 여성 금통위원이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한국은행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관료 출신이 배제되고 지역 안배 가 이뤄진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인선과정에서 한은이 강력히 추천하는 후보가 밀려나고 사실상 이 부총리의 인맥이 심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설령 그것이 잘못된 오해라고 할 지라도 오해를 산 것 자체도 문제다. 이 부총리가 등용된 뒤 그의 사단은 금융권의 요직을 두루 차지했다. 박해 춘 LG카드 사장,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 주목받는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다. 또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은 이 부총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배드뱅 크’설립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고 서근우 금융연구원 박사는 하나은행 사외이사, 최범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한ㆍ대투 인수를 위한 인수합병(M&A) 사무국장으로 다시 금융업계 전면에 포진했다. 물론 이들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자기 사람 챙기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하나는 이헌재 사단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능력보다는 인맥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의 후광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자신의 가치는 뒤로 밀리고 ‘이 부총리의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 부총리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은 이런 평가 와 무관치 않다. 다른 하나는 이번 금통위 인사처럼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인선이 반복되다 보면 신뢰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뢰감이 떨어지면 겉으로는 웃어도 등을 돌리게 된다. 2개월 전 새로 임명된 금통위원이 한은 노조에 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는해프닝이 연출됐었다. 당시 4월에 임명되는 금통위원 역시 노조에 각서를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왔다. 이젠 여기에 덧붙여 이 부총리 사람이 아니면 어느 자리도 가기 힘들겠다는 농담이 퍼지고 있다. 이런 말들 이 과천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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