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공적자금 특감조성부터 회수까지 총체적부실 드러내
감사원이 29일 발표한 공적자금 운용 및 감독실태 특별감사 결과로 국민혈세 140조원이 그동안 얼마나 방만하고 부실하게 운영됐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특감 결과 공적자금 조성ㆍ관리를 맡은 정부와 공공기관,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기관, 이로부터 돈을 빌린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와 허점이 규명됐을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 현상도 극명하게 노정됐다.
◆ 공적자금 조성ㆍ관리기관 원초적 책임
공적자금의 조성ㆍ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재정경제부의 공적자금 수요판단 잘못이 '원죄'로 지적됐다.
특감결과에 따르면 재경부는 지난해 5월 부실채권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공적자금을 충분치 않게 조성한 뒤 "추가조성은 없다"고 발표한 뒤 그해 9월 50조원의 추가조성 방침을 발표해 정책결정의 일관성을 결여했다.
또한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부처와 공적자금 조성의 실무역을 맡은 예금보험공사는 예보법상 보호대상이 아닌 실적배당신탁 상품에 까지 무리하게 공적자금을 지원했고 부실금융기관의 자산ㆍ부채실사도 소홀히 해 공적자금 지원부담을 가중시켰다.
또 공적자금의 회수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채권 만기가 내년부터 집중되는 데도 실효성 있는 회수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정부부처 등 관리감독 기관들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제대로 막지 못해 부실증가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 공적자금 '물쓰듯'
이번 특감에서 공적자금을 물쓰듯 한 부실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줄줄이 드러났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간 부실기업의 임직원 3,400여명은 총 6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본인명의로 보유하거나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사욕을 채웠다.
파산위기에 몰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도 임직원에게 보수를 대폭 올리고 후생복지비를 늘리는 등 공적자금의 본래 용도를 벗어나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번 특감에서 일부 기업과 대주주가 4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적발한 것 외에도 상당수의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것이다.
◆ 관리ㆍ운영시스템 철저ㆍ투명해야
이번에 공적자금 운영에 큰 허점이 드러난 만큼 공적자금의 관리ㆍ운영시스템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통해 재발방지를 막고 공적자금의 회수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 조성ㆍ관리의 실무조직인 예보와 자산관리공사에 대해 시급히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권한을 강화해 효율적인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예금보험공사(FDIC)이 부실금융기관 처리에서 나타나듯이 부실규모가 드러나면 비용 최소화의 원칙에 따라 신속히 청산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대우자동차 등 대규모 부실기업에 대한 매각 등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추가 공적자금조성의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