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플스 "올해는 나의해"

시즌 개막전 생에 첫승이어 메이저 챔프에

카렌 스터플스(32)가 환상적인 알바트로스로 생애 첫 메이저 왕관을 쓰며 ‘인생역전’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일 새벽 영국 버커셔 서닝데일의 서닝데일GC(파72ㆍ6,392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 올 시즌 미국 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던 스터플스는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4라운드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레이첼 테스키(호주)를 5타차로 따돌린 여유 있는 우승. 스터플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영국의 한 골프장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다. 주니어 시절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지냈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재학 시절에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골프선수의 길을 포기했던 것. 당시 한 회원으로부터 조건 없이 받은 8,000파운드(약 1,700만원)를 밑천으로 98년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면서 정상급 골프스타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우승상금 29만880달러를 받은 스터플스는 91년 페니 그리스-휘태커 이후 13년 만에 고국에 내셔널 타이틀을 다시 안기는 기쁨도 누렸다. 이날 스터플스는 신들린 듯한 플레이를 펼쳤다. 첫 홀(파5)에서 4.5m짜리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2번홀(파5)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이 그린 앞에 떨어진 뒤 10여m를 굴러 홀에 빨려 들어가는 멋진 장면을 연출한 것. 2개 홀에서 5타를 줄이며 1타차 3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그는 15번홀(파3) 버디로 선두를 굳혔고 이어진 16, 17번홀에서도 버디를 낚아 정상을 밟았다. 한국선수로는 런던에서 출생한 이정연(25ㆍ한국타이어)이 3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8위에 올라 유일하게 ‘톱10’에 입상했다. 이어 박지은과 한희원, 김초롱이 공동13위(합계 8언더파)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박세리(27ㆍCJ)는 공동21위(합계 7언더파)에 그쳤으나 모처럼 사흘 연속 언더파 스코어(73-70-69-69)를 내며 슬럼프 탈출을 예고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직후 박세리는 한국에서 걸려온 휴대전화를 통해 “엄마, 나 좀 나아졌어”라고 말했으며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흔들렸던 드라이버 샷 감각이 나아지기 시작한 것을 위안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공동13위에 머물러 미키 라이트(미국)에 이어 사상 두번째 ‘4개 메이저대회 2연패’라는 진기록 달성이 좌절됐다. US여자오픈(95ㆍ96년), 나비스코챔피언십(2001ㆍ2002년), LPGA챔피언십(2003ㆍ2004년)에서 나란히 2년 연속우승을 일궈냈던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 타이틀 방어에 실패하면서 대기록 작성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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