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자로 낙점된 김정은이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지난해 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 사진은 원래 조선중앙TV가 지난해 4월27일 김 위원장의 원산농업대학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함께 내보낸 사진 33장 중 한 장이다. 왼쪽부터 김정철, 김정은,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 김여정.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김정일 국방위원장 셋째 아들)이 동복(同腹)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지난해 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시찰)를 따라가 함께 기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됐다. 1일 연합뉴스가 단독 입수한 북한 조선중앙TV 보도 사진에는 김정은 3남매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거의 빠짐없이 수행하는 김기남 당 비서로 추정되는 남녀 4명이 화창한 낮 시간 울창한 종비나무(소나무과) 아래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사진 속에는 뚱뚱한 체형에 인민복 차림의 젊은 남성(김정은 추정)이 두 팔을 늘어뜨린 편한 자세로 서 있고 그 오른쪽에는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고 위로 치솟은 곱슬머리 헤어스타일을 한 젊은 남성(김정철 〃)이 다소 경직된 듯한 자세로 서 있다. 왼쪽으로는 큰 키에 흰머리의 나이 든 남성(김기남 〃)과 양장 차림의 젊은 여성(김여정〃)이 서 있고, 약간 뒤쪽으로 남성 2명이 더 있었는데 이들은 수행원으로 추정됐다. 이 사진은 원래 조선중앙TV가 지난해 4월27일 김 위원장의 원산농업대학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함께 내보낸 33장의 사진 가운데 한 장이다. 이 사진이 왜 김 위원장 현지지도 사진들에 섞여 나왔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계산된 후계자 노출' 또는 '실수'로 보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이 이 사진에 등장하는 세 남녀를 김정은 남매로 판단하는 이유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사실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사진에는 김정일 위원장으로 볼 만한 인물이 없다. 이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에는 반드시 한가운데 김 위원장 모습이 들어간다는 '불변의 원칙'에 어긋난다.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 현지지도 내용을 담은 32장과 함께 이 사진을 보도했다는 것은 동일한 전담 사진사가 촬영을 했다는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그 사진사가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은 후계자인 김정은과 그 형제들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나갈 때 젊은 여성이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예가 없다는 점에도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이런 체형과 헤어스타일, 옷차림 등의 특징 외에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사진이 촬영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간 장소에서 후계자 김정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만한 남녀가 북한에서 김정은의 형과 여동생 외에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과 김여정 사이의 나이든 남자를 김기남으로 보는 이유는 그가 당시 김 위원장을 따라 원산농업대학에 간 고위인사들(북 매체 보도)에 포함돼 있고 후계구도 선전을 책임지고 있어 김정은을 포함한 가족들과 격이 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정은은 원산시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2007년 말부터 2008년 8월(김 위원장 뇌졸중 발병 시점)까지 원산시에 위치한 김 위원장 초대소에서 생활해 이 도시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원산시의 야경조성 사업, 주요 건물 리모델링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도 이 도시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인민군대장 칭호(9월28일)→당 군사 부위원장 임명(29일)→사진공개(30일)' 등 셋째 아들 김정은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를 잇는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작업이 3일에 걸쳐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한편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도 치밀하게 준비되고 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포착된 김정은의 행동이나 모습·복장 역시 후계자로서 치밀하게 연출됐다는 있다는 인상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