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릴만한 것부터 최고가에 매각

[구조조정 성공학] 7. 효성그룹(상)"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변하지 못하면 결국 죽는다." "그룹 임원의 28명이 효성을 떠났다. 나로서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었지만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감옥에 간다는 비장한 각오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드러낸 속내다. 사실 효성은 외환위기라는 대형파도를 맞기전부터 무역을 맡은 효성물산의 부실로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국제무역에 대한 전문성 부족, 국내 총 수출의 2% 이상을 수출해야 유지되는 종합상사의 자격 등으로 채산성은 무시됐고, 부실규모아 조단위에 이르면서 그룹 전체의 운명을 위협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98년 가을. 효성은 '혁명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4사를 전격 통합해 ㈜효성으로 새출범했다. 뼈아픈 반성의 결론이다. 물산을 뺀 3개 우량사를 희생시키는 결단을 내린 셈. 유사사업 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인건비와 원가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도 있었다. 수천명의 직원과 수십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에서 드러난 '효성식'의 특징은 "팔릴만한 것을 판다"는 것.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생리에서 가치있는 대상만이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 알짜인 효성바스프(644억원), 한국엔지니어링 플라스틱(KEPㆍ110억원)에 매각한게 대표적인 예다. "이익을 내더라도 세계 1위가 될 수 없으면 최고가를 받을 수 있을 때 매각한다"는 것. 이를통해 13개 비핵심 사업부를 정리, 5,700억원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주력사를 ㈜효성으로 재편했다. 통합법인에는 섬유·중공업·건설·무역등 7개 PG(퍼포먼스 그룹)와 그 산하에 29개 PU(퍼포먼스 유니트)가 배치돼 있다. 계열사는 20개에서 11개로, 임직원은 1만명에서 7,000명으로, 매출액은 5조7,000억원에서 4조1,000여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익은 배로 늘어 기업체질이 강화됐다. 98년 968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1,000억원의 흑자구조로 전환됐다. 철저한 다이어트 끝에 군살을 빼고 근육질로 바꾸는 질적 변화를 이뤄낸 것.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려운 '선택과 집중'의 성공방정식을 충실히 이행한 성적표다. 재무구조나 수치가 주는 결과와 함께 큰 성과는 임직원들의 혁신적인 의식전환. "실적에 대한 보상을 당당히 요구하고, 책임을 지려는 프로정신이 뿌리를 내렸다.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아니고서는 아무리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얻을 수 없는 장기생존의 무기다."효성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최인철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