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인 '후강퉁'을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가는 다음달부터 공매도(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시세차익을 거두는 거래방법)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허용되면 거래가 늘고 적정주가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반면 주가 변동성 확대는 염려된다고 판단했다.
23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증권거래소는 다음달 2일부터 후강퉁을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가가 상하이 증시 A주에 대해 공매도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대신 과도한 공매도로 상하이 증시의 주가급락을 막기 위해 규제장치를 준비했다. 우선 후강퉁을 통해 상하이 증시 A주에 투자할 경우 무담보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파는 것)는 불가능하며 차입을 통한 공매도만 가능하도록 했다. 거래액도 제한해 하루 공매도 거래금액은 총 거래금액의 1%를, 10거래일 누적 공매도 거래금액은 총 거래금액의 5%를 넘지 않도록 했다. 각 증권사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 보고도 의무화했다. 각 증권사는 하루 공매도 미청산 물량이 2,500만위안을 초과하거나 발행주식 수의 0.02%가 넘으면 의무적으로 홍콩 증권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주식의 제 가격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새로운 매매방식이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론적으로 보면 공매도는 거래량을 늘려주기 때문에 주식이 기업의 실적을 정확하게 반영해 제 주가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며 "공매도 자체는 기관투자가의 영역이지만 공매도로 인해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매방식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당장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건이 까다로워 증시나 기업가치에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실장은 "공매도 허용으로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정부의 공매도 도입 자체보다는 자본시장 개방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중국 당국이 허용한 공매도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편입 등을 앞두고 글로벌 기준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후강퉁의 글로벌 일일 투자한도는 130억위안이지만 소진율은 평균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