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책 '백약이 무효'

예산 쏟아부어도 실업률 4개월만에 다시 증가
기업 내년 신규채용 축소 '설상가상'…인프라강화등 중장기대책 전환시급

정부의 청년실업해소대책이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정책이 단기성과 위주에서 청년고용 인프라를 강화하는 중장기 대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하고 지난해보다 지원예산을 55%나 늘렸음에도 청년실업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청년실업종합대책 차원에서 투입된 예산은 4,944억원으로 올해 책정된 전체 예산 5,643억원의 87.6%가 이미 집행됐다. 지난해 전체 청년실업대책 예산 3,623억원의 집행률이 81.9%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올 해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은 활발했던 셈이다. 그러나 막상 10월 현재 청년실업자(만 15~29세)는 35만5,000명으로 실업률이 전달보다 0.5%포인트나 오른 7.2%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6월 7.8%를 기록한 뒤 감소하다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동부가 산정한 체감 청년실업은 더욱 심각해 공식 실업자 외에 취업준비 비경제활동인구(30만7,000명), 유휴 비경제활동인구(24만3,000명) 등까지 포함하면 청년취업 애로층은 100명당 9명꼴인 90만5,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다수 기업이 내년도 신규채용인력 규모를 줄일 방침이어서 청년실업난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기업고용지수에 따르면 기업의 73.8%가 내년 1ㆍ4분기 사원채용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3월 청년실업해소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무총리와 정창영 연세대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가 이날 첫 회의를 개최했지만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청년실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셈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연초에 마련한 청년실업대책은 예산투입 규모에 비해 효용성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정부부처별로 백화점식 정책을 나열한데다 비정규직 보호정책이 병행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일자리까지 줄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극히 이례적으로 그동안 시행한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해 단기 대책 위주에서 중장기 대책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청년특위 회의에서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수요를 늘리는 정책에서 청년층 취업소요기간 단축과 직업세계 경험을 통한 직업관과 직업의식 확립 등 노동시장 공급 측면에 중점을 두겠다고 보고했다. 노동부가 내년 1월까지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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