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가들이 9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매수전환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매수세가 가세해야 만 추가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상승장에서도 외국인의 바통을 기관이 이어받으면서 대세상승랠리가 시작됐었다.
기관은 29일 53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반전을 주도했다. 개인은 1,270여억이 넘는 주식을 순수하게 내다팔고 외국인도 390여억원어치를 순매수한데 그쳤지만 기관이 오랜만에 주식매수에 나서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6.66포인트 오른 759.47포인트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기관의 순매수에 대해 긍정적인 조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본격적인 매수 전환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기관 순매수 가운데 프로그램 매수가 200여억원을 차지해 기관의 실질적인 매수는 크지 않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관의 주식보유액이 급감한 점과 과거 조정기간 동안 기관이 매수세를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곧 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와 관련, 9월 장세 전망에서 지수의 추가상승과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 등에 힘입어 기관이 소폭이나마 순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기관 9일만에 순매수, 본격적인 매수 전환은 아직 기대난=기관이 오랜만에 순매수했지만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아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금 이탈이 멈추는 듯 했던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750선을 웃돌기 시작한 8월 중순 이후 다시 빠르게 감소하면서 올 2월 수준인 9조6,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SK글로벌 사태 이후 국민연금 등이 증시에 적극 참여하면서 4월~5월 10조6,000억원대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차익을 실현한 일반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고 있는 가운데 기관들은 주식 편입액을 조금씩 늘리면서 주식형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82%를 웃돌아 `실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주식편입 비중이 5개월째 상승해 시장 참여 폭이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돈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실질 고객 예탁금이 줄어드는 등 개인 자금이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도 기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기관의 `실탄`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증시 참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 안에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매수 재개 관건은 외국인과의 시각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간 경기전망 시각차 커=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GDP) 수정치는 3.1%로 1ㆍ4분기 1.4%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2ㆍ4분기 경제성장률(GDP)는 1ㆍ4분기 3.7%보다 악화된 1.9%로 나타나 여전히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은 세계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국내 경기도 회복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주식을 매수하고 있는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경기의 바닥을 아직 확인하지 못한데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세계 경기와 국내 경기를 전망하는 국내외 시각차가 커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간 매매가 엇박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7월 산업 생산도 급감하고 중소기업의 9월 경기전망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나타나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구름에 반쯤 가려진 한국 경제를 두고 외국인은 곧 맑아질 것으로 보는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최근 상승이 외국인 투자자만의 매수에 의지하고 있다”며 “지난 97년 경제위기 이후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커진 데다 미국 경제 회복이 아시아까지 파급될 지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상무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국내 경기 회복 시점이 차이가 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서 증시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