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월 17일] 국제회계기준 도입 걸림돌 제거해야

내년부터 국제기준에 따른 새로운 회계제도(IFRS)가 본격 도입될 예정이지만 의무적용 1,900여사 가운데 상당수의 준비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 적용 대상 기업 중 약 25% 정도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4개사 중 1개사가 속수무책인 셈이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경우 길게는 1년반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회계제도 도입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FRS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준비가 부진한 것은 회계역량이 달리는데다 시행유예를 기대하는 눈치보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또 정부의 관련세법 개정 지연 등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한 것도 준비를 미루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4개 기업을 비롯해 올해부터 23개 기업이 조기도입에 나섰지만 아직 과세규정이 불분명해 혼선을 빚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면서 세법에 변화가 없다면 기업의 비용부담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IFRS를 도입한 기업들의 경우 2009년 회계연도의 법인세 산정을 위해 기존 방식의 회계장부를 별도로 작성했는가 하면 올해 새로 시작한 기업들은 1ㆍ4분기 실적부터 순이익 계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을 줄이고 IFRS 도입을 촉진하려면 먼저 세제를 비롯한 제도적 미비점부터 보완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 도입은 우리 기업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동안 회계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다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부실기업 판단이 용이해지고 인수합병(M&A)등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규정주의와 달리 IFRS는 준칙주의이기 때문에 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설정돼야 한다. 또한 기업 재무상황을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쉽고 투자자들에게도 정보가 충분히 공개될 수 있도록 주석표시 누락 등을 막을 감시장치 등도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에 앞서 국제회계기준을 시행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걸림돌 제거 등 관련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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