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언행일치'와 아베 신조

한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 중 ‘언행일치’라는 코너가 있다. 3명의 개그맨들이 한 가족으로 출연하는 코너 제목인 ‘언행일치’는 이 집의 가훈이다. 개그맨들은 무대에 나와 “사람은 말과 행동을 같게 해야 한다”며 연기를 시작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언행일치’가 어떻게 개그 소재로 작동할까. 해답은 ‘언행일치’의 사전적 의미를 뒤집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는 딸에게 줄 신발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짓밟은 후 “아껴 신어라”고 말하는가 하면 딸이 노래를 부르자 귀를 막고 괴로운 표정을 짓다 갑자기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친다. ‘언행일치’와는 지극히 거리가 먼 극단적으로 다른 말과 행동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터트리는 것이다. 개그 프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베 총재와 ‘언행일치’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는 26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절차를 거친 후 일본을 이끌게 되는 아베 총재가 그동안 한 발언을 살펴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아베 총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당연한 것이며 (총리의) 책무”라고 했는가 하면 “종군위안부는 요시다 세이지가 지어낸 이야기”라며 종군위안부가 허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주장하며 “북한에 핵무기를 들고 가 풀 한포기 남지 않게 하겠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아베 총재는 선출 후 인터뷰를 통해 “한국ㆍ중국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원하고 있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악화시킨 한ㆍ중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ㆍ중이 강력 반대하는 신사 참배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고 교전권 등을 금지한 헌법의 전면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혀 주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아베 총재가 근본적인 정치 철학과 외교 기조를 바꾸지 않고 겉으로만 우호 관계 회복을 외친다면 주변국에는 ‘언행일치’의 개그처럼 보일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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