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7일] 길고도 지리멸렬한 싸움
정보산업부 임지훈 기자 jhlim@sed.co.kr
교육과학기술부의 560억원 규모 행ㆍ재정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을 놓고 교과부와 SK C&C가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사업자가 법정까지 가는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한쪽은 문제의 소지가 있더라도 판정은 판정이라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공정경쟁의 룰을 깼기 때문에 심판의 판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SK C&C는 지난해 10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과부)가 발주한 지방교육 행ㆍ재정 통합시스템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교과부는 우선협상 대상자를 올해 SK C&C에서 LG CNS로 교체했다. 서버 용량 부족과 침입방지시스템이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검증을 필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SK C&C는 법원에 교과부를 대상으로 우선협상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교과부는 SK C&C와의 협상 결렬을 통보했고 SK C&C는 또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 교과부는 법원의 결정과 무관하게(?) 차순위였던 LG CNS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최초 기술평가에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전산 관련 전문가풀에서 무작위로 뽑힌 평가위원회는 제안서상의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했다. 실제 평가위원회가 세 업체의 설명을 들은 후 심사한 시간은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돈다. 그 짧은 1시간의 결정으로 이 사업은 몇 달째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소모적인 싸움으로 이유야 어찌 됐건 그 피해는 사실상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 혈세 낭비를 초래하게 됐고 중소협력 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교육청을 비롯해 지방 학교에서도 예산 관련 처리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의 각종 시스템 도입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이전투구(泥田鬪狗)는 반복될 것이다. 행ㆍ재정 통합시스템 사업은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