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합병이 협상 시한(6일)을 넘기면서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최근 노조위원장의 집을 세 차례나 직접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난달 이의신청을 통해 통합 절차 중단 취소를 이끌어냈던 하나금융은 판결 이후 지지부진했던 통합 과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질적인 노사 협상에서는 여전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한조 행장은 노조 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독려하기 위해 최근 세 번에 걸쳐 김근용 노조위원장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김한조 행장은 노조위원장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자 직접 위원장의 집을 찾아간 것이다. 김한조 행장은 새벽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협상은커녕 만남조차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집 앞에 찾아온 김한조 행장에 대해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외환은행 노사는 지난 6월 말 판결을 토대로 제안서를 각자 수정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오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노조는 수정제안서 제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오는 9월 통합을 목표로 인가 절차 등의 시간을 감안하면 협상이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한조 행장 역시 1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늦어도 다음주 중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급해진 사측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대구·부산·울산, 경기·인천 지역을 방문해 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직원 설득에 나섰다. 김 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 역시 서울 을지로와 청진동 본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통합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직원들 설득작업과 함께 노조와의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3일 노사가 만나 6일까지 제안서를 수정하는 등 협상 시한을 갖자는 데까지는 합의했지만 노조는 3일 이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최근 노조원들에게 단결을 요청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찬반을 묻는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장외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노조원에게 합병에 대한 찬반은 물어볼 수 있으나 그 문항이 '일방적인 합병에 동의하십니까'로 물어보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노사가 계속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직원뿐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밖에 없어 그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