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너도나도 대출금리를 내린다고 하니 좋기는 한데…."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년에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리겠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에 질문에 말끝을 흐렸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부 우량 업체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실제 신한은행은 유망 중소기업과 장기거래기업의 대출금리를 다음달부터 0.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내려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여신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은 영업점장의 금리인하 권한을 기존의 1.5%포인트에서 내년부터 3.5%포인트로 늘려주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전반적인 중기대출 금리 인하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 은행들은 내년도 중기대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라 일정 부분 대출을 늘려야 하겠지만 내수침체 등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계속 여신을 갖고 있어야 하느냐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경쟁적인 대출금리 인하가 실제로는 '우량 업체 뺏기' 경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영업현장에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더 낮춰줄 수 있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주면 이를 한계기업에 쓰겠느냐"며 "결국 서로 재무상태가 좋은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당근으로 금리 인하책을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문제로 내년에도 가계대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기업들은 계속 은행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들은 중기대출, 그것도 일부 우량사 유치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중기대출 금리 인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데 비해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들의 대출금리를 내려주겠다는 것은 백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가능성은 있는데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 그게 국민들이 원하는 중기대출 금리 인하의 참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