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인터넷 주가가 19일 대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폭락을 인터넷 주가에 거품이 빠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주 닷새째 최고치를 기록한 다우 존스 지수도 조정기를 맞고 있다.인터넷 주식이 포진한 나스닥 지수는 이날 138.19 포인트(5.6%) 폭락한 2,345.85에 마감했다. 이는 러시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 선언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져있던 지난해 8월31일의 8.5% 폭락에 이어 나스닥 사상 두번째 폭락이다. 다우 지수도 한때 272 포인트(2.7%) 폭등했으나, 나스닥 폭락의 여파로 전날보다 53.36 포인트(0.5%) 하락한 채 마감했다. 또다른 블루칩 주가 지표인 S&P 500 지수도 29.48 포인트(2.2%) 하락한 1,289.52에 마감했다.
뉴욕 증시 하락을 주도한 종목은 인터넷 관련주식이다. 인터넷 주가지표인 인터액티브(INTER@CTIVE) 지수는 40.69 포인트(13%) 폭락한 277.89에 마감함으로써 이 또한 지난해 8월말에 이어 사상 두번째 폭락을 기록했다.
인터넷 블루칩이라고 불리우는 주요 종목이 대부분 급락했다. 이날 하루에 아마존 16.3% 인포시크 24.6% 아메리카 온라인(AOL) 16.3% 애트홈 17.9% E 베이 12.4% 야후 13.5% 등으로 각각 하락했다.
이날 인터넷 주가 폭락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모건 스탠리 증권의 인터넷 분석가 메리 미커씨의 글이었다. 그녀는 「뉴요커」라는 잡지에 쓴 기고에서 『단지 몇개의 인터넷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것』이라며 『인터넷 주가에 대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커씨는 지난 2월 아마존·야후·E 베이 등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려 이들 주가 폭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영향력 있는 증권 분석가다.
미커씨의 글이 뉴욕 증시에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일제히 인터넷 주식에서 빠져나갔다.
인터넷 주가 거품에 대한 경고는 그동안 여러 사람에 의해 제기돼 왔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초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인터넷 주식 투자는 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며 『인터넷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튜립 구근 파동, 1920년대 플로리다 토지 투기, 80년대 미국의 귀금속 투기 등에서 볼 때 거품은 경제 논리에 의해 꺼질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 주식 투기의 대표적 종목이었던 AOL의 경우 주가 총액이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AOL은 매출에서 미국 랭킹 311위, 순이익에서 415위이지만, 자산으로는 500대 기업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렇지만 주가 총액에서 AOL은 미국 10대 기업에 포함됐고, 주가수익율(PER)이 한때 700배에 이르렀다.
워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월 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중소기업의 PER이 성장기에 급등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AOL의 주가가 45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총아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속성 하나만으로 엄청난 주가 프리미엄을 가지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