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가뿐히 16강'
SBS최강전 첫날‥김미현은 고전
박세리(23ㆍ아스트라)가 국내 최초의 매치플레이로 진행된 기아 옵티마컵 2000 SBS 프로골프최강전에서 무난히 16강전에 진출했다.
2일 경기 용인에 있는 태영CC(파72)에서 개막된 대회 첫날 경기에서 박세리는 김복자(27)를 만나 2홀 남기고 3홀차로 승리했다. 이로써 박세리는 16강전에서 임선욱과 8강전 진출을 다투게 된다.
매치 플레이로 진행된 이날 32강전에서 박세리는 초반 한때 그린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전했으나 점차 샷 감각과 퍼팅 실력을 회복하면서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박세리는 특히 파3인 12번홀에서 홀 50cm에 볼을 붙이는 절정의 샷 감각을 과시하며 승리, 3홀차로 앞선 뒤 이후 4개 홀을 비겨 16번홀에서 승부를 확정지었다.
반면 김미현은 경기 후반까지 승기를 잡지 못한 채 고전했다.
이날 자신이 주니어 시절을 보냈던 지난 90년대 초반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선배 김순미를 맞아 플레이한 김미현은 초반부터 불안한 경기를 펼쳤다.
첫 홀에서 김순미에게 패한 김미현은 이후 2개홀을 비긴 뒤 4번홀에서 승리, 올 스퀘어를 만들었으나 이후 시소 게임을 되풀이했고, 전반을 1홀차로 뒤진 채 마쳤다.
이날 김미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플레이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반자인 김순미가 절정의 퍼팅 감각을 과시하며 압박해 온 탓에 더욱 고전했다. 김순미는 이날 김미현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샷을 선보이며 홀 3~4m에 볼을 붙였고, 8~10m짜리 롱 퍼팅도 쉽게 성공시키는 등 시종 김미현을 위협했다.
이날 경기는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국내 최다승인 42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골퍼 최상호(45)는 프로 6년차인 이건희(30)에게 1홀차로 패했고, 국가대표 출신인 장익제는 박도규 프로에게 이번 경기 사상 최다홀차인 8홀차로 무릎을 꿇었다.
또 박노석 프로도 이인우 프로에게 4홀 남기고 5홀차로 뒤져 16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올시즌 미국 LPGA무대에서 활약했던 박희정이 김희정 프로에게 1홀 남기고 3홀차로 패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국내 최초로 매치 플레이 형식을 도입한 이 대회는 대회 형식에 익숙하지 못한 선수들이 플레이에 급급해 기브를 주지 못하는 등 갤러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일부 선수들은 이미 승부가 결정 난 홀에서도 50cm안팎의 짧은 퍼팅까지 기브를 주지 않은 채 플레이의 잔재미를 즐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기브를 주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에만 신경을 쓰느라 기브를 줄 기회를 놓쳐 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영CC(용인)=김진영기자 eaglek@sed.co.kr입력시간 2000/11/02 19:31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