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그리스, 이제는 거들떠볼 때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


미국발 세계경제의 훈풍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 소위피그스(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중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그리스의 회복 여부를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

2008년 110%가 조금 넘던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3년 180%까지 올라갔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0%를 초과하며 그리스 국가부도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공조와 IMF 등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해체 위기까지 거론된 후 진정되는 추세다. 실업률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7.5%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년 만기 채권수익률은 지난 2010년 이래 최저치인 6.0%로 내려왔고 4년래 최초로 국채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럽의 경제회복을 위해 유로존의 양적완화 또는 중앙은행에 의한 대규모 자산매입을 암시해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 등 역내 재정위기 국가들의 시장 재평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는 장기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5년 만기 채권 등 단기채 발행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된다. 연 5% 초반대로 발행에 성공한다면 구조적 안정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증시에서도 그리스 대표 종목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아테네 증시 시총 1·2위인 피레우스은행(PEIR GA)과 알파은행(ALPHA GA)은 연초 대비 각각 22%, 17% 이상 상승했다. 특히 알파은행은 지난 1년간 248% 이상 올라 같은 기간 58% 뛴 아테네 종합주가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스 시장의 리스크는 여전히 유로존 내에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현재 상태는 응급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회복기인 만큼, 이달 예정된 채권발행에서 성공적인 금리로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금융시장에서의 정상적인 재무계획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시장을 관망하던 투자자라면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그리스 종목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가 주저된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도 방법일 수 있다. Lyxor ETF FTSE Athex 20 (GRE FP)는 아테네 시장에 상장된 주요 20개 종목의 주가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고 코카콜라헬레닉보틀링, 헬레닉텔레커뮤니케이션, 스포츠 토토 회사인 OPAP 및 대표 은행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종목의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약 59.7%로 아테네 종합지수에 근접한다. 프랑스 시장에 상장돼 유로로 투자할 수 있는 ETF다.

해외시장 투자에는 항상 국내의 그것보다 많은 위험요소가 있다. 기본적인 환 변동 리스크를 비롯해 국내와의 시차, 정보부재, 거래소 규정, 양도소득세 과세 등 국내 투자자들이 원거리에서 투자하기엔 걱정이 앞선다. 특히 그리스와 같이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투자는 때론 투기에 가깝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저렴한 PIIGS 국가의 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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