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승진 유력 후보 잇따라 사의… 국세청 인사에 무슨일이

제갈경배 대전국세청장 이어 김영기 조사국장도 전격 사표
"TK출신 1급 독차지 안돼" 지역안배 밀려 역차별 논란
중부청장 이학영·부산청장 김연근


국세청 1급 승진인사를 코앞에 두고 유력 후보가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나섰다. 고시와 비고시, 대구경북(TK)과 나머지 지역 출신 간 안배 과정에서 밀린 인사들이 자진사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김영기(사진) 국세청 조사국장은 전날 김덕중 청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24일 제갈경배 대전국세청장도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다음주 초 발표하려던 1급 고위직 및 2급 지방국세청장, 고위공무원 전보 및 세무서장급(과장급) 전보인사는 새로 인사판을 짜기 위해 다소 밀릴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세무대학 1기로 내년 하반기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승진 기회였다. 행정고시 27회로 김덕중 청장과 동기인 제갈 청장 역시 실력을 갖춘데다 예우 차원에서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인사 발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유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남아서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이 아니었다"면서 "TK 출신이 1급을 다 차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당초 1급 지방청장 자리 물망에 오르고 있었고 이에 따른 청와대 검증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북 구미 출신인 김 국장이 1급 청장이 될 경우 이미 1급에 있거나 승진 대상자가 되는 인물이 지나치게 TK 일색이라는 비판이 청와대나 국세청에 부담이 됐다. 현재 국세청은 김 청장을 제외한 4개의 1급 자리인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모두 TK 출신이다.

국세청 차장과 서울지방청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아 나머지 지방청장 중 일부는 지역균형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다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지역안배를 명분으로 한 역차별을 유독 비고시 출신이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무대학 1기로 비고시 출신 중 가장 고참급인 김 국장이 1급 승진에서 누락된 것처럼 같은 TK라도 고시 출신이 올라가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고위공무원 고시 출신 중 TK 비중은 55%지만 비고시 출신은 25%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비고시 1명, 고시 1명을 승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비고시이면서 비영남 인사나 육사 특채 등의 승진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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