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시장 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 등에 힘입어 가전ㆍIT기기 등의 중국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삼성전자는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 IT강국인 한국을 따라잡기 위해 중국과 대만의 자본ㆍ기술 결합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업체들이 성장이 두드러져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윤우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은 지난 13일 중국으로 출국, 현지시장과 사업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희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 등과 함께 베이징이 아닌 지방도시 중심으로 현지상황을 면밀히 살펴본 뒤 오는 19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저가제품 위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브랜드 이미지 등을 고려했는데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영진의 중국행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0월께 또다시 진행될 가전 하향 대상 제품 입찰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어서 현지에서 이에 대한 논의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전략선회는 이미 감지됐다. 삼성전자는 5월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뿐 아니라 보급형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광둥성에서 열린 ‘CODE 2009’에서는 19~32인치 보급형 LCD패널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이 행사에 참여한 것 자체가 처음이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중국 가전시장이 급성장하며 가전뿐 아니라 반도체와 LCD 등 부품까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의 협력관계 강화는 실제적인 ‘위협요소’일 수밖에 없다. 중국 디스플레이(LCD TV 및 LCD패널) 시장에서는 중국 현지 세트업체와 대만 부품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업체들의 자국 내 LCD TV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분기 55.6%에서 올 1ㆍ4분기 77.5%로 높아졌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16.7%에서 6.7%로 큰 폭 낮아졌다. 이 같은 TV시장의 변화는 LCD패널 점유율에도 영향을 끼쳐 한국 업계는 대만 패널 업계에 중국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PC 쪽 영향으로 세계 최강인 삼성 메모리반도체도 중국시장에서만큼은 4위권에 턱걸이하고 있는 상태다.
가전하향에 이어 도시지역에서 조만간 실시될 ‘가전진성(家電進城)’ 정책도 삼성전자의 발걸음을 바쁘게 한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ㆍ상하이 등 9개 도시지역에서도 TVㆍ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ㆍ컴퓨터 등 5종류의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고객에게 제품가의 10%, 총 20억위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잇단 가전 관련 정책과 중국ㆍ대만 업계의 약진은 국내 업체들에 분명히 큰 위협”이라며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도 중국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