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인기 장르로 '우르르'

"주류 장르 좇아가기만 하면 돈 된다"
MMORPG가 게임쇼 출품작 52% 차지
웹게임·소셜네트 등 새 장르 도전 시급


국산 온라인 게임의 장르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르를 좇아가기만 하면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같은 특정 게임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특정 장르의 게임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자칫 수년 전 캐주얼 게임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 전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게임,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한빛소프트 등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2010년 테라, 에이지 오브 코난, 드래곤볼 온라인, 미소스 등 MMORPG 장르의 게임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게임은 국내 업체의 개발작뿐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한 것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부산에서 열린 게임쇼 '지스타 2009'에 참가한 국내ㆍ외 상위 10개사의 출품작 장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33개 중 52%(17개)가 MMORPG였다. 이어 액션 12%(4개), 1인칭ㆍ3인칭 슈팅게임(FPSㆍTPS) 9%(3개), 기능성 게임 6%(2개), 리듬액션 6%(2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스타 출품작들이 업체들의 현재 주력 게임이거나 2~3년 안에 출시할 예정 게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 동안 MMORPG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MMORPG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특정 장르의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면 경쟁사들이 곧 이어 유사한 게임 개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발비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흥행의 차이가 확연한 게임 산업의 특성도 모험을 기피하고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MMORPG, 캐주얼, 1인칭슈팅(FPS) 등의 장르가 2~3년을 주기로 주류를 이루며 변모해 왔다. 문제는 이처럼 동일한 장르의 게임이 단 기간 내 집중적으로 출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업체 입장에서도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이다. 실제 캐주얼 게임 붐에 뒤 이어 시장에서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등의 FPS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고, 동일한 장르 유저층을 겨냥해 카르마2, 포인트블랭크 등의 FPS 게임이 출시됐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게임의 실패는 소규모 게임업체는 물론 중견 게임업체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기도 한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해 개발 비용이 100억원대가 넘어가는 헬게이트 런던 등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경영상의 타격을 받았고, 최근에도 게임 흥행에 실패한 적지 않은 소규모 게임업체들이 인수합병에 휘말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이온이 국내ㆍ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의 MMORPG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웹게임, 소셜네트워크 게임 등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ㆍ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이란= 수십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플레이어가 하나의 서버 공간에 모여서 서로 역할을 나눠 하는 게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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