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코스닥 상장사 대표 도주 5년만에 덜미

금감원도 속이고 100억대 회계부정
인수하지도 않은 회사, 허위 양수도계약서 제출

실제로 인수하지 않은 회사를 100억원대에 인수한 것처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주요사항보고서를 조작해 금융위원회에게 제출하는 등 금융당국을 속인 회계부정사범이 도주한 지 5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부지검은 최근 코스닥 상장업체였던 A사를 인수한 후 B사를 추가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해 금감원과 금융위에 보고한 혐의(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A사 전 대표 김모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초 A사를 인수한 후 회사 자금 120억원을 B사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것처럼 회계처리 한 후 금감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인수대금 120억원을 전액 지급하고 양수도계약이 완료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기재한 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사의 회계부정에는 김씨 뿐만 아니라 인수 당시 A사의 대표였던 임모씨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A사를 인수하기 전 임씨는 수백억원의 개인 채무를 갚기 위해 A사 자금으로 발행한 수표 120억원을 채권자에게 제공했다.

개인적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A사 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회계처리를 할 경우 임씨 자신이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임씨는 김씨에게 경영권양도양수 조건으로 본인이 개인 채무를 갚기 위해 사용한 120억원을 A사가 정상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회계처리 할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임씨는 이 과정에서 120억원을 강화도 소재 땅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인수자금으로 지급한 것처럼 회계처리를 하자고 요청했다.

A사를 인수하고자 했던 김씨는 임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120억원을 B사 인수 자금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김씨는 B사 대표와 만나 실제 가치가 10억~20억원에 불과한 B사 주식 34만5,138주(B사 전체 주식의 49%)와 B사 경영권을 120억원에 매수하는 내용으로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하고 A사가 120억원을 B사 대표에게 지급한 것처럼 허위영수증을 작성한 후 허의로 작성된 서류를 금감원과 금융위에 제출했다.

김씨 등의 이 같은 범죄행각은 검찰에 의해 포착됐고 회계부정을 공모했던 임씨 등은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0년 말 징역형을 확정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주했고 범행 5년 만인 최근 체포된 뒤 구속됐다.

검찰은 김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김씨 혐의 입증에 문제가 보고 빠른 시일내 김씨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한편 코스닥 상장업체였던 A사는 대표들의 범행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2012년 상장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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