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심국이 되자]시리즈를 마치며"의식·제도 확 바꿔야 中딛고 도약가능"
'허브 코리아는 의식개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기획한 '허브코리아-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들자'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의 논의도 여기에 맞춰졌다.
허브코리아를 위해서는 물적 인프라보다 의식이 바뀌는 소프트 인프라 개선과 국민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중국이 급성장하고 동남아국가들이 한국을 맹추격하는 상황이지만 ▲ 한국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킬 잠재력이 충분하며 ▲ 물류거점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를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은 단순히 정부의 의지로만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의식과 제도적 틀을 전부 바꿔야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오영교 KOTRA 사장
문제는 접근방법인데 모두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자기나라에서의 생활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환경이 한국에 있어야 하는 거지, 중국시장을 끼고 있는 하드웨어적 측면을 강조해봐야 외국인이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 받기 힘듭니다.
외국의 우수인력이 생활하고 기업을 경영하기 전혀 손색 없는,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과거 개발연대에는 한국이 고도성장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외국기업에는 폐쇄적이었지만 이제는 외국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여 체질을 개선하는 '내향적 글로벌라이제이션'이 필요합니다.
이는 과거의 '대외적 글로벌라이제이션'에서 진일보,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들어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한적으로라도 국내법을 초월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외국자본을 불러들이고 여기서 만들어진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안건혁 서울대학교 공대교수= 과거엔 우리나라가 물류중심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고 주요 물자의 흐름에서도 주요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세계 물류의 흐름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천혜의 입지조건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입니다.
▲ 권차관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인프라입니다. 중국에 제조업이 몰리지만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마케팅과 파이낸싱, IT,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영역은 아직도 비교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국민전체의 의식과 생활을 완전 탈바꿈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필요합니다.
싱가포르의 특급호텔 숙박료는 서울 일급호텔보다 값이 40% 저렴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과 국제전화를 10분 사용했는데 요금이 53싱가포르 센트였습니다. 호텔 스스로 손님의 편의를 위해 값이 싼 인터넷국제전화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 안원장= 중국이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크고 WTO에도 가입했으므로 우리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한ㆍ중ㆍ일 3개국의 GDP가 세계의 20%를 차지합니다.
EU와 나프타의 지역주의는 강화되는데 아시아 지역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ㆍ일, 한ㆍ중ㆍ일은 물론 아세안까지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을 서둘러 체결해야 합니다.
▲ 안교수= 자유무역지대 개발은 70~80년대에도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동안 실기를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홍콩반환, 인천공항개발 때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국내 기준에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합니다. 김포, 영종도, 송도 등이 전부 매립지니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토지공급이 가능합니다.
땅값이 비싼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 권차관보= 부산, 광양은 아시아권과 미주권을 잇는 주요 항구로 일본 고베와 비교하면 항만이용료가 거의 60%에 불과합니다.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항공부문도 지정학적으로 유리합니다.
차세대 항공기를 수용할 활주로(길이 10km)를 갖출 수 있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합니다. 이제 물류도 하드웨어뿐 아니라 싱가포르만큼 시스템이 돌아가야 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작업이 남았습니다.
다른 기둥인 비즈니스의 하드웨어 구축은 최근 지정한 경제특구 3곳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중요한 건 이곳의 소프트웨어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기업경영과 생활환경이 유리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정부는 크게 조세와 영어, 외환, 노동, 국가 이미지 등 5개 부문별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세금을 낮추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기업하는 사람들이 애로를 느끼는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세가지 문제는 해결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 세부담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최근 리먼브라더스가 싱가포르 거점을 폐쇄하고 서울에 아시아본부를 개설했습니다. 비즈니스가 잘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여건을 개선하면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오사장= 냉정하게 볼 때 증권이나 금융시장 때문에 들어오는 기업은 눈에 띠지만 정보와 생산이 이뤄지는 다국적 본부는 아직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공항이 아무리 좋아도 조건이 안 맞으면 오지 않습니다. 외국투자가들은 "너희들은 중국으로 나가면서 왜 우리 보고 들어오라고 하냐"고 묻습니다.
노사갈등 등 근본적인 의구심을 해소시켜주지 못한다면 세제개혁 등의 일부 조정 가지곤 어렵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옵니다.
▲ 안원장= 노사문제가 특히 우려됩니다. 경제특구 안의 노사법은 국내와 달라야 할 것입니다.
정리해고 등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가 가능하도록 특별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배후지를 활용해 e커머스, e트레이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중국, 일본시장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코스트가 너무 많이 들어 현재 국제공항 확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일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오픈 스카이 협정을 맺으면 일본의 항공화물을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경의선 북쪽의 단절된 철로를 연결해 육로가 열리고 러시아가 북한에 파이프라인도 잇는다면 명실상부하게 육ㆍ해ㆍ공을 망라한 허브시스템이 위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 권차관보= 외국인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 교육과 의료입니다. 경제특구에 이 서비스들을 포함시켜려다 보니까 외국학교와 병원이 들어오는 게 제도적으로 막혀있었습니다. 경제특구에 병원을 지겠다는 미국 유명병원이 있습니다.
중국 고소득층의 수요를 겨냥한 것입니다. 미국 가서 치료받으려는 한국사람도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병원 설립 허용에 대해서는 이미 관계부처의 동의도 얻어냈습니다. 외국인 학교 설립 문제와 내국인이 여기에 들어가는 것도 결정됐습니다.
현재 캐나다에만 한국인 유학생이 3만 명이 나가있고, 연간 5조원이 빠져 나갑니다. 교육과 의료는 외국인 편의제공은 물론 교육, 의료비의 해외지출을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입니다. 정부는 법률서비스의 개방도 추진중입니다.
▲ 안교수= 국가 이미지 문제도 시급합니다. 한국의 치안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인데도 외국인이 떠올리는 것은 화염병 이미지입니다. 남북문제, 노사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국제적 홍보노력이 필요합니다.
▲ 권차관보= 근본적으로 문화적 수용성이 중요합니다. 신토불이도 좋지만 남의 것도 인정해야 하며 이는 어릴 적부터 교육시켜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오렌지는 스페인산이 치즈는 스위스제품이 가장 좋다고 교육합니다. 이제는 우리도 개방적, 세계적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내 지역과 남의 지역을 함께 인정해야 합니다.
오사장= 문화적 수용성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여러 인종이 다양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고 영어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앞으로도 20~30년 걸립니다. 그 시차를 줄이기 위해선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배타성도 줄고 영어 사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 안원장= 결국 영어 공용화든 동북아 비즈니스 방안이든 국민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개발과정에서의 빈부격차로 야기된 상대적 박탈감과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의식에서 하루바삐 벗어나야 합니다.
참석자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
안건혁 서울대학교 공대교수
오영교 KOTRA 사장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가나다순)
권홍우기자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