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예요. 그래서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사오정 전화기」를 일괄 구입했습니다』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주택은행 청약실은 지난 3월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청약실은 주택은행 전국 각 지점에서 올라오는 청약상황을 최종집계하고 전산추첨을 통해 아파트 당락을 결정하는 곳인데 지난 한해 내내는 물론 올들어 2월 말까지도 한산하기만 했다. 분양이 시작돼도 IMF 한파로 청약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약자를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한산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청약자가 대거 몰려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진 것이다.
구리 토평지구의 당첨자 발표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조금이라도 당첨여부를 먼저 알려는 청약자들의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문의전화중에는 「이 지역 프리미엄이 얼마냐, 전매를 알선해줄 수 있느냐」등 다소 엉뚱한 질문도 섞여 있다. 6만여명의 청약자들 대상으로 컴퓨터 추첨을 하는 아파트추첨팀은 이미 이틀째 밤샘작업을 했다.
전용택(全容澤·46) 청약실장은 『지난해 1년동안 아파트에 청약한 사람이 대략 7만명인데 올해는 이미 청약자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1년 일을 석달만에 해치울 정도로 바쁘지만 경제가 살아나는 것같아 직원 모두 신바람이 나 있다』고 말했다.
청약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25명. 대부분의 직원들이 청약실 근무경력이 5년 이상된 베테랑급이다. 일반점포에 근무하면 2~3년만에 한번 근무지를 옮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문적인 업무를 취급하는 이곳은 예외다.
청약실의 주된 일인 청약상황 접수는 전국 각 지점에서 접수분 입력이 끝나는 밤에 이루어진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전국에서 한 점포라도 마감되지 않으면 전산망을 작동시킬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약이 몰릴 때면 날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이달초 최고 1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구리 토평지구 아파트 청약 때는 새벽 3시까지 작업했으며 서울 동시청약 때도 자정을 넘기면서 집계를 해야 했다.
청약실 근무 8년의 베테랑인 임필수(林弼洙·38) 대리는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13~14%로 안정되고 부동산이 저점에 왔다는 생각이 일반인들에 널리 퍼져 최근 분양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내집 마련을 못했다고 해서 서둘 필요는 전혀 없다』고 충고한다.
판교, 상암지구, 암사지구 등 좋은 입지의 아파트들이 앞으로 1~2년새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것이 「내집 마련의 왕도」라는 것이 그의 주장. 청약예금이나 부금, 저축의 이자율도 7~7.5%로 일반금융상품에 비해 손색없다.
그는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니깐 밀어넣고 보자는 식으로 청약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주위환경, 교통여건, 주위시세 등을 현장확인을 통해 꼼꼼히 확인해야 좋은 아파트를 고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학인 기자LEEJ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