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제품은 좋은데 영업을 몰라서, 영업조직이 없어서 힘들다”는 말을 가장 자주 듣는다.
높은 기술력과 제품력을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통시킬 마땅한 조직과 폭넓은 유통망의 부재, 그리고 영업 경험의 부족을 탓하는 말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말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소비자의 필요, 더 나아가 잠재돼 있는 욕구를 채워주는 제품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열악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제품은 길바닥에 놓고 팔아도 팔린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결국 기업 경영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새로 개발한 상품이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하고 또, 구매하고 싶은 제품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기업의 존재가치는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활동을 포함하는 것이냐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전에서 기업의 정의를 찾아보면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이러한 경제학적 정의로서의 기업만 생각할 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로서의 기업의 존재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하다.
예컨대 영어에 `good`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좋은ㆍ적합한ㆍ알맞은`이라는 단어이지만 여기에 복수형인 `s`를 붙여 `goods`가 되면 전혀 다른 `상품` `재산`이라는 단어가 된다. 즉 기업의 존재가치란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사용상 외의 부가가치를 포함한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법인으로서의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가 태동한 이래 수많은 기업들이 생성되고 소멸돼갔다. 그중 살아남지 못한 기업들을 생각해보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미래에 투자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소비자의 필요와 잠재욕구에 부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기업의 존재가치를 생각함에 있어 소비자 차원에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측면에서의 의미도 더불어 생각해봐야 한다. 즉 기업은 단지 개인의 경제적 부를 획득하는 수단적 차원의 조직체일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보편적 삶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경제의 기본적 단위이기도 하며, 글로벌 시대의 국가경쟁력이 곧 기업경쟁력이라는 측면도 있으므로 다면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과 의존적인 국내 경제기반을 생각해보면 우리 브랜드와 원부자재를 상품화해 국내외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기업의 존재가치를 다시 새겨보는 방향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조운호(웅진식품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