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중 유조선 1시간전에 '사고 우려' 알았더라면

"엔진 풀가동 피해 최소화 가능" 업계 일각서 주장

일각에서는 이번 기름유출사건과 관련, 피해를 입은 유조선이 좀더 빨리 대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정박 중인 초대형 유조선의 대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이다. 사고 유조선에는 사고 발생 당시 모두 18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던 상태다. 외국선사는 국제 규정상 바다를 항해 중이거나 항구에 정박할 때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선원들이 승선해야 한다. 통상 선원들의 근무는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이뤄진다. 행여 발생할 충돌이나 좌초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원칙은 언제라도 예외 없이 행해지기 마련이다. 업계에선 사고 시간이 아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시 2등 항해사가 당직근무를 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3등 항해사 등으로 순번을 돌아가며 근무조를 바꾸게 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항로를 바꾸기 위해 방향타를 돌리면 최소한 20마일을 달려야만 코스가 바뀌기 시작한다”며 “하물며 정박 중인 선박이 1시간 정도의 여유를 갖고 대피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인선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절차를 밟아 제대로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고는 쉽게 일어날 수 없었던 참담한 것”이라며 “보다 신속한 대응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약 1시간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정박 중인 선박이라도 닻을 올리고 엔진을 풀가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유조선의 경우 최근 늘어나는 물동량에 비해 선원이 태부족인 상태이며 장기간 해상 근무에 따른 사고 위험도 높아 근로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조선의 승선 선원은 지난 2002년 2,775명에서 지난해 말 2,369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조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은 한번의 사고가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각별한 안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해상에서도 항공업계의 안전수준에 맞춘 첨단항로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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