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14~2015회계연도 예산안이 12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다음주 상원에서 통과된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연방정부의 셧다운(정부 폐쇄)은 피하게 된다.
미 하원은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과 민주당의 패티 머리 상원 예산위원장이 마련한 2014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및 2015회계연도(내년 10월∼2015년 9월) 예산 합의안을 이날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 찬성 332표, 반대 94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소속 169명과 민주당 소속 16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소속 62명과 민주당 소속 32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날 통과된 예산안은 연방정부 지출한도를 2014회계연도에 1조120억달러, 2015회계연도에 1조140억달러로 각각 제한하되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 규모를 연간 1,100억달러에서 630억달러 줄인 것을 골자로 한다. 대신 다른 부문의 예산을 대폭 깎아 재정적자를 연간 230억달러 줄이도록 했다. 이 과정서 지난 2008년부터 시행돼온 장기실업수당 연장 지급안이 삭감돼 장기실업자 130만여명은 오는 28일자로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라이언 예산위원장은 "표차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사람들은 의회가 마찰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요구해온 사항이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통과를 반겼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법안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보수 성향의 의원들에게 "합의안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담지는 않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찬성표를 당부했다. 그는 티파티 등 보수단체들을 향해 "오바마케어와 예산안을 또다시 연계하려는 행동은 셧다운을 일으키고 실패한다.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건가"라며 "보수단체들은 신뢰를 잃고 선을 넘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티파티의 지원을 받는 상당수 공화당 의원은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미흡해 시퀘스터를 계속 적용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도 장기실업수당 연장지급이 무산됐다며 법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미 의회에 남은 과제는 내년 초로 계획된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선 재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미 정치권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가면서 내년 2월7일까지 부채를 늘릴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