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아파트 '웃고' 상가 '울고'

■ 정부청사 떠난 과천 부동산시장 가보니
재건축 단지 사업속도 빨라지자 3.3㎡ 평균매매가 2548만원
서울 강남·서초 이어 세번째 높아
중심상업지구 1층 임대료마저 3년전보다 30% 이상 떨어져
배후 수요 잃은 상권은 한산


10일 기자가 찾은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중심상업지구는 과천의 중심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대로변에 위치한 일부 프랜차이즈 상가에는 그나마 손님이 있었지만 거리 안쪽으로 들어가자 지나다니는 행인마저 찾기 힘들 정도였다.

반면 경기 과천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재건축 단지들의 입구마다 사업 진행을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재건축 조합 사무실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 청사가 떠난 과천 부동산 시장의 현 모습이다.

◇과천의 명, '활짝 웃는 주택시장'=현재 과천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과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2,548만원. 이는 서울 강남구(3,108만원)와 서초구(2,789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중 나머지 한 곳인 송파구(2,261만원)가 과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과천시의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높은 것은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강남과의 접근성이 좋고 관악산과 과천서울대공원 등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장점도 과천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받쳐주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관리처분인가를 계획 중인 과천 중앙동 주공 1단지 전용면적 73㎡형의 매매가는 올해 초 8억3,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8억7,000만~9억원으로 급등했다. 중앙동 인근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워낙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호가에 거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의 암, '우울한 상권'=과천의 주택시장과 달리 상권의 분위기는 우울하기만 하다. 과천 정부 청사의 부처와 기관들이 세종시 등으로 이전하면서 배후 수요를 잃고 무너졌던 상권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천 별양·중앙동 중심상업지구 이면도로 1층에 위치한 전용면적 33㎡ 상가의 임대료는 권리금 5,000만원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90만~200만원 수준. 지난 2012년 정부 청사 이전이 시작되기 전보다 3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1·2층이 아닌 곳에 위치한 상가들의 경우 권리금마저 형성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상업지구 내에 위치한 H공인의 한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의 연령층이 높아 구매력이 떨어지는데다 인근 상가들의 가장 큰 배후 수요였던 정부 청사의 공무원들이 이주하면서 상가 매출은 30% 이상 급감했다"며 "최근에는 그나마 오던 문의전화까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부동산팀장은 "현재 과천 상권은 반전을 꾀할 만한 요소를 찾기가 어려워 앞으로도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 같다"며 "반면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에 따라 일정 수준의 오름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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