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국가 중국, 변화의 끝은 어딘가
중국을 분석한 두권의 책 출간
14억 인구의 거대국가 중국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을 눈앞에 둔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이미 세계자본주의의 제도권으로 들어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라는 두 얼굴을 가진 공룡국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만만한 일도, 그리 쉬운 일도 아니다.
최근 서점가에 독특한 시각으로 중국을 분석하고 있는 두 책이 나왔다. 중국문제 전문가 강효백의 '차이니즈 나이트' (한길사 펴냄) 와 울산대 중국학과 이인택 교수의 '차이나 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해냄 펴냄)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중국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탐색하고 있다.
■ 차이니즈 나이트
강효백 지음 한길사 펴냄
저자는 "마르크스로 상징되는 이데올로기적 편견, 공자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유교식 접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이분법적 접근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파악할수 없었다"며 중국에 대한 몰이해를 안타까워한다.
사실 그동안 서구인들은 중국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공간만 있고 시간은 없는 나라"라고 중국을 폄하했으며, 엥겔스 역시 "중국인은 안일하고 숙명론의 색채를 띠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최근은 또 어떤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중국 분열론, 중국 위협론 등을 제기하면서 틈만 나면 중국의 신경을 건드린다.
강효백은 중국이 결코 정체된 나라가 아니며, 분열될 리도 없다고 단언한다.
중국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뒤집기 위해 10여년간 중국 각지를 샅샅이 다닌 저자는 "중국은 비즈니스(상업)의 국가"라고 결론을 내린다. 중국인들은 5,000여년 역사를 통해 일관되게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쑨원(孫文)도 "모든 중국인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가지는 좌우명이 있다면 그것은 우환 속에서 태어났지만 안락함 속에서 죽겠노라"일 것이라고 말했듯이.
그런 중국이 지금 비상을 위해 용틀임하고 있으며, 그 상인정신을 밑거름으로 세계 최대의 부강국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특히 컴퓨터 시대에서는 중국의 저력이 더욱 배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영어의 알파벳에 비해 키보드의 타수를 훨씬 줄일수 있기 때문이란다. "국제회의 석상에서 보면 영어를 쓰는 서구인들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는데, 중국인들은 여유만만한 모습을 자주 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타이완 정치대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현지에서 10여년간 생활하면서 중국연구에 몰두해 왔던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이 쪼개지지 않는 여덟가지 이유 ▦내 밥그릇을 깨뜨리지 마오 ▦인민보다 인민폐가 좋다 ▦베네치아 상인 톈안먼에서 부활하다 등을 소제목으로 "중국이 초강대 '상업국가'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 차이나 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
이인택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중국이라는 나라는 종잡을수 없는 나라다. 이미 자본주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여겨지다가도 사회주의라는 생각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이 나라가 공산주의로 나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의문을 품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어느 한 가지 관점으로 중국을 들여다 보다가는 결국 정반대의 현상에 맞닥뜨리면, 우리의 이해력은 작동을 멈추고 앞뒤가 꽉 막혀 오리무중의 지경에 빠져들게 된다.
이처럼 복잡한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자 이인택은 이렇게 말한다."중국은 공산주의를 이념으로 하고 정치적으로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이른바 세 체제가 공존하는 사회이다." 따라서 세 체제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올바로 중국을 이해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울산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이렇게 관점을 세우고 중국의 정치ㆍ사회상을 해부하고 있다. 대도시는 2000년대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가 하면 서부 내륙지방 등은 60년대의 낙후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제한적이나마 자유가 허용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통제가 살아있으며, 인터넷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할 만큼 정보통신 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도 전화선 조차 들어오지 않는 농촌지역이 수두룩한 곳. 저자의 눈에 비친 중국은 모든 것이 혼재된 곳이다.
이 책은 또한 중국인이 붉은 색을 좋아하는 이유, 자전거 천국인 중국 거리, 중국요리 즐기는 법 등 중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곁들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인들에 대한 저자의 충고 역시 귀담아들을 만하다. "아무 정보나 준비 없이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실패보기 십상이다. 중국인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을 개발하라."
결론적으로 '차이나 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를 수용하고, 공산주의를 궁극적인 이념으로 하고 있다.
문성진기자
입력시간 2000/11/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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