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10% 높이기」 휴일 없는 경제부처

◎묘수보다 “실천가능성”에 무게/노사관계개혁 성공추진에 역량 집중/경쟁 제한적 볍령개선 규제완화 가속/정통부 「발전종합대책마련」 전담반 가동/통산·노동부선 직원 아이디어 공모까지오는 9일로 예정된 청와대 경제장관회의를 앞두고 경제부처마다 휴일인 6일에도 대부분의 간부들이 출근, 경쟁력 10% 높이기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신한국당 역시 주초 정부와의 당정회의에서 정부에 당측의 경쟁력강화방안을 제출키로 하고 머리를 싸맸다. 당정 모두 이번에는 지난 9·3경제대책과는 달리 보다 확실하고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경원◁ ○…재경원은 「10% 높이기」가 지난 9월3일 한승수­이석채 경제팀이 향후 정책방향으로 발표한 내용의 후속조치나 사실상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10% 높이기」운동은 김영삼대통령이 9월중순 남미국가를 순방하는 과정에서 현지 각국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확인한 게 자극제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실업률이 10%수준을 웃도는 상황인데도 정부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공무원수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개혁에 착수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 김대통령이 남미순방 후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비서실은 재경원에 구체적 계획을 뒷받침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재경원은 「9·3」정책방향의 후속조치를 점검중이었는데 때마침 대통령 지시로 더 확고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김대통령은 4일 무역업계관계자들과의 오찬간담회를 통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 관련시책 입안 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현재로선 9일 발표될 「경쟁력 10% 높이기」의 골격이 「9·3시책」에서 제시한 세부 사항들을 보다 강도높게 실천하는 수준 이상 획기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권과 경제계의 기대수준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김대통령이 수출업계대표들과의 오찬에서 강도높게 10%경쟁력제고 방향을 다시 강조함에 따라 고민이 더 커지고 있다. 실무자들은 『국가경쟁력 제고, 경제체질 강화, 고비용·저효율구조 타파등 지금까지 내세운 각종 정책슬로건도 따지고 보면 동일 현상에 접근하는 강조점이 다를 뿐 본질적인 철학의 차이는 아니었다』면서 『마른 수건을 다시 짜보는 심정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에따라 재경원은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 제시보다 실천 가능성 위주로 접근 ▲기존 제도나 관행 가운데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우선 처리 ▲가계 기업 근로자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각자 위치에서 동참할 수 있는 내용을 설득력있게 정리한다는 3대 원칙 아래 실무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번 시책의 골격은 공공부문에 설득력있는 실행계획을 제시, 가계와 근로자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함으로써 민간기업이 「생산성 10% 향상」「비용 10% 절감」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북돋우는 내용이 될 공산이 크다. ▷통산부◁ ○…통상산업부는 10% 경쟁력 강화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확대경제장관회의가 오는 9일로 다가옴에 따라 마땅한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 통산부는 현재 미분양 국가공단에 대한 분양가 인하, 조건부 및 무등록공장 양성화방안 등 지난 9월3일 발표된 「기업활력 회복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정도 외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다며 한숨. 일부에서 공무원 전체의 임금동결, 국가공단 축소 및 매각 등이 제안됐으나 막상 통산부가 주체적으로 추진할 만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통산부는 궁여지책으로 삼성그룹 등 대기업측에 경쟁력 강화대책을 제안해줄 것을 요청하고 전직원을 대상으로 경쟁력 강화대책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안간힘.<이세정>. ▷정통부◁ ○…정보통신부는 국내산업의 정보화를 촉진하고 산업구조를 정보통신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쟁력강화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통부는 특히 정보통신산업이 우리경제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해 최근 전담반 가동에 들어갔다. 정통부는 민간이 정보통신분야에 제한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시내전화에 경쟁개념을 도입하고 초고속망사업자를 허가하는 등 통신사업의 경쟁을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 절대부족한 정보통신 전문인력 공급을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 정보통신대학원을 설치하고 한국통신이 민간통신사업자의 기술인력을 양성토록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CDMA(부호분할다중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기술을 차세대 전략수출품목으로 키우기 위해 통신장비업체와 통신서비스업체가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할 수 있도록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를 확대하는 등 각종 지원시책을 펴기로 했다. 정통부는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전문 중소기업이 출현할 수 있도록 신규창업, 기술개발에 과감한 지원을 하는 한편 이들이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이재권> ▷노동부◁ ○…노동부는 무엇보다 현재 추진중인 노사관계개혁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복안이다. 과거의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 구조하에서 경쟁력을 10%이상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진임 장관은 개천절인 지난 3일과 일요일인 6일에도 출근, 관련 간부들을 소집해 노사관계개혁에 대한 그동안의 추진과정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현재 각국별로 아이디어를 공모, 전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결국 노동부의 경쟁력 10%제고방안은 노사관계개혁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임금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임금체계의 합리화와 최근 경기하강과 맞물린 고용불안의 해소를 위한 고용조정지원 등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다기능기술자의 양성과 비진학청소년·고령자·주부 등 여성인력·장애인 등 잠재인력의 산업인력화를 통해 양질의 인력을 산업현장에 공급하는 문제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의 우선과제로 삼을 방침이다.<최영규>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추진중인 「경쟁력 10% 높이기」운동과 관련, 업무 성격상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 경쟁력 강화의 토대가 되는 경쟁촉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공정위는 우선 올해 법개정을 통해 기업간 부당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현재의 물품·서비스거래에서 자산·자금거래로 확대, 경쟁력없는 한계기업의 퇴출을 촉진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보호를 위해 하도급거래 때 지급보증제를 도입하는 등 불공정하도급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 꺾기에 대한 단속도 지속키로 했다. 아울러 자유로운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의 각종 경쟁제한적인 법령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규제완화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위원회에 신고된 사건중 현재 미결상태인 4백50∼5백건의 사건을 대폭 줄이는 방안과 민원을 가능한 한 이른 시간내에 처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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