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꼴찌' 수준 소비심리, 반전 계기 만들어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비관적 심리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여론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전 세계 60개국 3만명의 온라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53으로 55위를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낙관 또는 비관 정도를 나타내며 기준치 100을 넘어선 중국(111)과 인도(128)에 비하면 한국인의 소비심리는 거의 빙하기 수준이다.

국내 조사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경기전망인 향후경기판단CSI는 이달에 92로 지난달의 98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고 현재경기판단CSI도 75로 4포인트 낮아졌다. 이런 현상은 경기가 저점을 친 시기로 추정되는 2012년 11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무리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크다지만 자신감을 잃어도 너무 잃었다.

소비심리가 지나치게 얼어붙어서 그런지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이나 시중은행에 예금된 돈이나 '돈맥경화'가 심각하다. 통화 한 단위가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5월 19.4배로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4회 안팎을 오르내리던 예금회전율도 5월 들어 3.5회로 뚝 떨어졌다. 기업이나 가계가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쓰지 않다 보니 '소비심리 위축→돈맥경화→경제 무기력'의 악순환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정책당국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와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위기의식을 적극 강조하며 경기부양책 도입의 명분으로 삼아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판 양적완화'의 정책수단이 확보된 만큼 앞으로는 국민에게 경기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는 반전(反轉)의 계기가 절실하다. 그래야 낙관의 분위기가 퍼지고 시중에 돈이 돌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구조가 복원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과 각 경제전망기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경기가 안 좋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경제는 역시 심리라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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