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1일 건축계의 일대 혁신을 몰고 올 건축사 자격제도의 변화가 시작됐다. 건축사법 개정 시행에 따라 대한건축사협회에 건축사등록원(Korea Architects Registration BoardㆍKARB)이 설립됐다. 건축사 양성 단계부터 자격 취득 이후 활동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건축사등록원은 한미, 한ㆍ유럽연합(EU)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나라의 경제영역이 급격히 확대되는 상황에 부응해 건축사가 국제건축사연맹(UIA) 국제권고안 기준에 맞춰 건축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국제 수준의 건축사 자격제도 운영 전문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국가 간 건축사 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기틀이 세워졌고 미래에 건축사가 될 실무 수련자의 경력 관리 체계화, 건축사 자격등록제도 도입, 건축사의 실무교육 의무화를 통한 자기계발 동기 부여 등 장차 세계 시장을 누비게 될 국내 건축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다.
최근 건축 분야 경쟁력과 건축문화 진흥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7년 건축기본법 제정에 이어 2012년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그리고 건축 분야를 지식서비스산업의 하나로 인식하고 정부의 지원 내용을 담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도 올해 제정됐다. 이번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을 원동력으로 건축을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육성해 건축 분야 경쟁력 제고와 건축문화 발전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12위에 달하는 경제ㆍ무역 강국이지만 건축문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1위에 머물고 있어 경제 외형에 걸맞은 건축문화 콘텐츠 확보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제선진국이 곧 문화선진국이라는 등식이 있다. 문화는 국가경쟁력의 척도이며 역사적으로도 건축문화는 나라가 가장 부강하고 융성할 때 꽃피웠다. 4,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기원전 490년에 세워진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이 인류문화유산으로 건축문화 정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스페인의 성가족성당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은 매년 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부문에서도 앞서나가야 한다. 건축은 국격을 높이고 다른 산업과 문화적 창조성을 접목한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최적의 문화자본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문화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깊이를 다져야 한다. 또 양적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르는 상황에서 건축 창작자를 존중하고 건축을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큰 시장을 창출할 수 있고 경계의 벽을 넘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 다가올 미래사회에 적합한 문화산업 구조로 도약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작은 바로 건축과 연관된 모든 요소를 하나로 기획, 조정해 집대성하는 건축사로부터 이뤄져야 온전하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