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풍부한 현금이 M&A 욕구 자극

상장사, 풍부한 현금이 M&A 욕구 자극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곽세연 기자 관련기사 • 아이칸 "전자투표 일찍 마감해 의결권 박탈"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인수합병시도는 앞으로 도래한 기업 인수합병(M&A) 시대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13일 증권가에서는 국내 우량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과 풍부한 보유현금이 기업사냥꾼의 인수합병(M&A) 욕구를 자극함에 따라 한국 시장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M&A 열풍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 상장사 보유현금 2000년 이후 3배로 증가 = 대우증권은 이날 외환위기 이후한국 기업들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현금 및 현금등가물, 단기금융상품 등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000년 이후 3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의 유니버스(분석 대상 기업군)에 포함된 제조업체 146개사의 2000년말 기준 보유현금은 19조9천120억원에서 작년 말 추정치 기준 47조7천193억원으로 178% 증가했다. 이 기간 조사대상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4%에서 14.7%로 개선돼 시중금리의 3배 수준에 달하게 됐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미래에 대비한 설비투자와 배당에는 인색해 보유현금이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특히 우량 기업일수록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갖고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의 타킷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현금성 자산 상위 20개사 33조원 보유 = 비(非)금융업종 상장사들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보유현금이 많은 20대 우량 기업은 2005년 말현재 33조4천83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 시가총액을 합친 수준이며코스닥5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주식을 모두 사고도 10조원 정도가 남는다. 삼성전자는 작년 이익감소와 설비투자 증가로 보유현금이 7.6%로 줄었지만 6조8천686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1위 자리를 지켰다. 작년에 이익이 늘어난 현대차는 6조6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두번째로 많았고, 최근 KT&G에 이어 적대적 M&A 타킷으로 거론되는 POSCO도 3조2천57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G필립스LCD도 작년 대비 14.9% 늘어난 1조4천653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UBS증권이 적대적 인수합병 노출 가능 기업으로 언급한 SK도 1조4천119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하이닉스, S-Oil, KT, 삼성SDI, 기아차 등도 1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다. 칼 아이칸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KT&G는 5천791억원을 보유, 상장사 가운데 21번째로 현금이 많았다. ◆"비핵심자산이 헤지펀드 공격 부른다" = 이원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보유현금이 늘어나 M&A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비핵심자산인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 타킷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인수하면 피인수 회사의 현금으로 인수대금의 일부를 지불할 수 있는데다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는 기업일수록 배당 여력이 높아 헤지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기업들의 ROE가 상승하고 보유현금이 늘어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후반에 M&A가 전성시대를 맞은 역사적 경험도 향후 한국시장에 M&A 열풍을 불어닥칠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칼 아이칸의 KT&G 인수합병 시도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방식으로 한국의 우량기업을 M&A 하려는 헤지펀지들의 공격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유자금 증가..상장사 간 M&A도 빈번할 듯" = 역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하는 상장사들이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다른 회사에 대한 M&A을 시도할 것이라는전망도 제기됐다. 대우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매년 평균 10% 이상 늘어나고 있는 현금을 그대로방치하면 결국 ROE가 떨어지게 된다"며 "기업들은 이익률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우량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차적으로는 설비투자에 자금을 투여하겠지만 적정한 설비투자를 하고도 남은자금이 기업사냥의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우증권은 2006년과 2007년에는 정보기술(IT) 경기와 내수회복에 힘입어 기업실적이 개선돼 2007년 말에는 분석대상 146개 제조업체의 보유 현금이 작년 말보다46.7% 늘어난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적대적 인수합병은 주로 해외 헤지펀드이 몫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국내 기업간에는 우호적인 인수합병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상장사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챙겨 자기 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03/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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