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부담 털자" 사표 전격수리

朴총리 퇴진 배경·개각 전망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박태준(朴泰俊)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朴총리의 조세회피에 대한 여론 부담을 하루빨리 잠재워 흔들림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특히 金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朴총리 사퇴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민의 정서상 조세회피의 의도가 재판을 통해 입증된 朴총리의 총리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金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연초에 임명한 朴총리를 조기에 퇴진시킨 것』이라고 사표수리 배경을 설명했다. 朴총리가 퇴진함에 따라 후임 총리에 괌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리 선정기준에 대해 『도덕성과 개혁성, 경제마인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후임자 선정에 앞서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비록 4·13 총선과정 때 자민련이 공조파기를 천명했지만 공동정권의 기본 정신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을 金명예총재에게 보내 후임 총리 인선을 협의하는 모양을 갖추면서 아울러 이를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복원 계기로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朴총리의 중도하차로 내각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내각 개편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오는 6월 중순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였지만 朴총리가 사퇴하는 돌발변수가 발생, 후임 총리 지명과 일부 장관의 교체론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개각시기는 물리적인 여건상 남북정상회담 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과 관련,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드러난 일부 부처의 업무능력과 개혁부진에 대해 경질론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에서 일부 사회부처와 최근 경제정책 혼선 시비를 빚고 있는 경제팀의 개편설이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계기로 제3기 내각의 개편을 단행할 경우 우선 과외허용 대책 등으로 논란을 빚은 교육장관, 제2단계 구조조정 차원에서 경제팀이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다음주 초 朴총리의 후임 지명과 함께 내각의 개편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후임총리 인선에서 공동정권의 정신은 유지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어떤 형식이든 자민련 추천 모양을 갖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 경우 자민련에선 공조복원을 전제로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이한동(李漢東) 총재나 제3의 인물이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각 시점과 관련, 『정상회담과 16대 원구성이 끝날 것으로 보이는 6월 말까지는 총리 서리 체제로 국정을 운영하고 이후 전면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선기자ISHANG@SED.CO.KR 입력시간 2000/05/19 19:5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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