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노인 중 젊었을 때 악기를 다루던 악사 출신 노인이 약 2만명이나 된다. 방송국 악단 출신도 있고 밤무대에서 뛰던 사람도 있다. 송파구는 이들 중 12명을 선발하여 「실버악단」을 만들었다. 무보수 음악봉사대다. 뽑고 보니 절반은 70대 고령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두번씩 구청 지하 회의실에 모여 연습을 한다.
한창 일하던 시절 명성을 날리던 분들이다. 한두번 손을 맞춰보면 무슨 곡이든지 소화해낸다. 이들은 4년째 지역을 위해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구민체육대회에도 나가고 초등학교 운동회·노인잔치·장애인 위안행사 등 때와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신나는 음악으로 흥을 돋운다.
「눈물젖은 두만강」에서부터 「꿍따리사바라」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실버악단이 가는 곳마다 신바람을 일으키는 새로운 모습이 신선하다.
이들이 한여름 땡볕 아래 땀흘리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찾아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흔히 노인들이 나팔을 불며 거리를 행진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2만명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노인에게도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늙음에 따른 보람을 얻을 수가 있다. 고학력·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요즈음, 파고다공원이나 노인정에 웅크려 소일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노인의 표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노인수당이나 무료급식, 교통요금 할인, 그리고 일년에 한두 번 잔치를 베푸는 것 가지고는 노인이 행복할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거에 하던 일을 되찾아 이웃과 사회에 봉사케 해야 한다. 사는 보람을 찾도록 해야 한다.
노인이지만 자기발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노인문화다. 자치단체별로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 만들어지는 획일적인 노인복지시책만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부족하다. 꼭 예산이 들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청소년들이 이웃 노인에게 큰절을 하거나 건강한 노인이 병든 이웃 노인을 위문하는 일이 돈들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의사 출신은 의료봉사로, 화가는 미술활동으로, 목수는 손기술로 새로운 봉사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실버악단 노인들은 젊게 산다. 늘 표정이 밝다. 그것은 먼지 묻은 악기를 다시 닦아 멋들어지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세계노인의 날이 며칠 전 지나갔다. 노인에게는 365일이 노인의 날임을 젊은 세대가 잊어서는 안된다.
<<영*화 '네고시에이터' 무/료/시/사/회 1,000명 초대(호암아트홀) 텔콤 ☎700-9001(77번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