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10월 29일] '졸업'하기 싫은 이유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인사성이 밝은 6살짜리 꼬마가 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하기에 "이제 곧 학교 가야겠네"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꼬마가 "학교 안 갈래요"라며 인상을 찡그렸다. 왜냐고 물었더니 "동네 형들 보니까 학교 가면 엄마가 학원도 가고 공부도 많이 하라고 하고 잘 놀지도 못하게 하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그 녀석이 나중에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 등쌀은 더 심해질 텐데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6살 어린아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 기업들도 중소기업을 졸업해 대기업이 되었을 때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는 공통점이 있고 이것이 중소기업들의 성장 정체현상을 보이는 한 가지 이유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규모를 기준으로 기업을 나누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기업들을 규모별로 쭉 세워보면 밑이 넓고 허리가 가는 첨탑형 구조다. '대희 중약 소과(大稀 中弱 小過)' '대기업 비중은 낮고 중간 기업층은 얇으며 소기업 비중이 너무 높다'는 의미다. 비정상적인 산업 구조다. 수치로 보면 특성이 더 잘 나타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지난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사업체 수의 99.8%가 중소기업이고 종업원 수 10인 미만의 소기업체는 88.6%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대기업의 0.6% 수준이라는 연구결과에 비추어볼 때 우리의 산업구조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첨탑형 산업구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기업은 규제해야 하고 중소기업은 보호해야 한다는 일률적인 시각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과자를 사주며 달래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어서 그 아이가 학교에 가서 새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면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작은 기업이라 세금을 깎아주고 자금도 지원해주고 토지규제나 환경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면제해준다니 굳이 대기업이 돼서 지원 대신 규제만 받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세태를 단절하려면 기업들이 기업 생태계에 적응해 하루빨리 중소기업을 졸업해서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한시라도 빨리 조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보호하고 대기업은 규제한다'라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 중소기업들도 자극을 받아 덩치를 키우려 할 것이고 미드필더가 탄탄한 호리병과 같은 형태의 산업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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