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은 동북아 선점 위한 파워게임"

수원대 박환 교수 개강특강서 중국 패권주의 제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동북아에서 미국 세력의 공백을 선점하기 위한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수원대학교 사학과 박환(朴桓) 교수는 26일 '해외 한인사회와 독립운동가' 강좌개강 강의에서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세력이 빠지는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 벌이는 정치적 파워게임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2004학년도 가을학기 개강 강의를 고구려사 논쟁 특강으로 한 박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의 자국중심주의와 패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 동북지방, 즉 만주지방은 한국의 한반도→만주→러시아로 이어지는 '동북아시대'와 중국의 '동북개발'의 같은 대상 지역"이라며 "현실적으로 양국의 동일 지향점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중국은 남북한 통일 뒤 통일한국이 보유한 군사력과 연변 200만 조선족의 한국동포 동질성 인식 등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며 "남북한 통일 뒤 야기될 영토분쟁에대한 포석 의미도 있다"고 남북한 통일 이후도 내다봤다. 박 교수는 "중국은 조선족 움직임이 티베트, 위구르 등 변방 소수민족의 자치운동에도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우려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체제안정 차원에서 고구려사 문제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면서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가 커져 동북부와 서부 지역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박 교수는 "고구려사 왜곡은 철저한 현실적, 현재적 관점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역사학 연구의 문제에 대해 "고대사 연구는 신라, 백제 연구에 치중, 고구려사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축적하지 못했다"며 "이는 분단에 의한 통일적 역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학문적 빈곤으로자초한 면도 있다"는 평가를 했다. 이날 수원대학교 인문관 508호에서 열린 강의는 100여명 학생이 경청했다. 박 교수는 만주 러시아지역 한인 독립운동사 전공자로 저서로는 '만주 한인 민족운동사 연구', '러시아 한인 민족운동사', '만주지역 항일독립운동 답사기' 등이 있다. (수원=연합뉴스)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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