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 리스크 진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ECB 집행이사회가 현재 역내은행들이 ECB에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을 예치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현행 0%(제로금리)에서 -0.1%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마이너스 예치금리란 시중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경우 오히려 이자를 물게 하는 것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 중 하나다. ECB는 유럽 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공포(D의 공포)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같은 강수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0.7%에 불과해 ECB 목표(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데다 올 3ㆍ4분기 경제성장률(GDP)도 0.1%에 그치면서 유럽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의 실업률 역시 12.2%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달 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동시에 "추가 부양정책을 쓸 기술적 준비가 돼 있다"고 선제안내(포워드가디언스)를 했다.
이후 시장에서는 ECB가 마이너스 예치금리를 추가 통화완화책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측해왔다. ABN암로뱅크의 닉 쿠니스 거시경제 헤드는 "ECB는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있다"며 마이너스 예치금리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추가 완화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CB 집행이사회 멤버인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최근 시사주간지 '디자이트'와의 인터뷰에서 "ECB의 추가 통화완화 정책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근본적 이유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