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11월 8일] 美 유동성 함정 정책으로 보완을

QE2의 부작용, 지나친 유동성공급에 따른 글로벌경제의 버블화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위험을 잘 알면서도 FRB가 양적완화를 단행한 것은 지금 미국경제가 이 시기를 놓치면 또 하나의 위기, 더블 딥으로 갈만큼 절박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 FRB의 입장이다. 이자율이 사상최저 수준인 현 상황에서 추가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이 FRB가 기대하는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현재 FRB가 할 수 있는 조치가 QE2 같은 통화정책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 눈앞에 닥칠 파국을 일단 막아보자는 통화당국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풀리는 유동성을 경제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QE1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가 해결된 후 금융감독기관은 필요이상으로 은행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 걸맞은 프로액티브(proactive)한 선행적인 감독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은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빨리 이러한 금융정책을 강구해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방안을 2가지 정도 제안하면 첫째,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정부분 이상의 초과 여유자금에 한시적으로 벌칙성의 부과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대출을 안하고 가지고 있는 초과 여유자금을 대출로 유도하는 차원이다. 1차 양적완화 때 투입된 1조달러 이상 공적자금이 아직도 금융기관들에 유보된 채 풀뿌리 경제주체들에게 유동되지 않고 있다. QE2를 단행해도 이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큰 저수지에 잠겨있는 물을 가뭄에 시들어가는 중ㆍ소 논밭에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은행들이 저수지의 문을 안 열면 정부가 나서서 한시적으로나마 열게 해야 한다. 이런 비상대책 없이 추가 양적완화로 돈을 더 쏟아 부어도 그 돈은 금융기관에 더 많이 잠기게 될 뿐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따라 밑에까지 흐르려면 너무나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전자가 패널티(penalty)성의 방안이라면 둘째 방안은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안고 있는 부담을 줄여 중소대출을 쉽게 늘릴 수 있도록 격려하자는 것이다. 은행의 중소대출의 많은 부분(80%)을 정부가 보증해 은행의 대손 위험부담을 덜어주되 일정부분(20%)은 은행이 책임을 지게 해 도덕적 해이를 줄이면 된다. 이렇게 정부가 보증한 중소대출들을 모아 일반 금리보다 높은 이자율을 붙여 증권화 시키면(asset backed securities) 은행은 BIS지수 산정시 대출금이 줄어들어 위험가중자산이 늘지 않고 일반투자자나 저축자들에게는 정부가 보증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될 수 있어 금융기관 외부에 있는 유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은 대출수수료를 늘릴 수 있어 하나의 수입원으로 삼을 수 있다. 정부보증에 따른 예산상의 문제가 있지만 부실율이 5%라 가정하면 1조원의 예산으로 20조의 레버리지효과를 볼 수 있어 복지성 지출보다 수십배의 큰 경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지방에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풀뿌리 경제주체 단계에서부터 위로 올라가게 하면 단기간에 넓게 경기부양이 확산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중소상인들까지 자금이 돌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1998년 IMF 금융위기 대처과정에서 소외된 채 붕괴된 중소기업ㆍ지방경제ㆍ서민경제는 지난 10여년 동안 별효과 없는 대책으로 복구되지 못하고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서민경제 정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돈을 돌게 하는 금융대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 보듯이 시기를 놓치면 큰 비용과 고통이 따르면서도 치유는 어려워진다. 지금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통화정책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위기감이 배어 있는 금융정책이 수반돼야 통화정책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금융기관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이끌어갈 수 있는 안목과 자신감이 양국의 금융감독기관들에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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