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FTA 국회비준 지연 국산품 칠레시장서 추락

지난해 10월 체결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지연되는 사이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컬러TVㆍ휴대폰ㆍ냉장고ㆍ세탁기 등 주력 수출품이 올들어 칠레시장에서 급격히 밀려나고 있다. 특히 칠레시장을 휩쓸고 있는 소형 승용차와 일부 세탁기기종은 이미 일본과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FTA 체결국인 멕시코ㆍ브라질의 약진으로 컬러TV 시장점유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몰렸다. 이에 따라 한ㆍ칠레 FTA체결을 교두보로 삼아 남미시장을 수출전략시장으로 개척하기로 한 수출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22일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한ㆍ칠레FTA관세특례법안을 통과시켰으나 국회 비준이 지연되는 바람에 50여개 대(對)칠레 주력 수출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0여개 품목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시장에서 `Made In Korea`가 밀려나는 것은 칠레가 캐나다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데 이어 올들어 유럽연합(EU)ㆍ메르코수르공동체와 체결한 FTA가 발효됨에 따라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제품은 6%의 관세율을 부담해가며 수출하지만 FTA체결국은 무관세로 칠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산제품이 칠레시장을 휩쓸었던 세탁기와 냉장고는 중국ㆍ중남미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산 자동세탁기(보급형기준)는 지난해 수입시장점유율이 50.47%에서 올들어 4월까지 12.92%까지 추락한 반면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87.07%까지 치솟았다. 고급형도 86%에서 75%로 떨어졌고, 냉장고는 브라질산이 올들어 59%로 급등했다. 단일 상품으로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주력상품인 1,500cc미만 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6.47%로 1위를 달렸으나 올들어 4월까지 19.72%까지 밀렸다. 반면 2위였던 일본은 소형자동차 판매를 급격히 늘려 28.38%에 그쳤던 점유율을 42.44%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2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칠레와 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컬러TV시장을 휩쓸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해 36%인 컬러TV 시장점유율을 45%까지 확대했고, 아르헨티나는 5.09%에서 9.94%로 늘렸다. 3위를 달리던 한국제품은 이 기간중 10.37%로 추락해 4위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휴대폰은 미국산 모토롤라와 유럽산 노키아에 밀려 올들어 5월까지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6% 급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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