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나라.' 한때 지구 면적의 4분의 1을 지배했던 영국은 처음부터 대국의 면모를 갖춘 제국이었을까. 아니다.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은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이나 에스파나아 제국을 노략질하는 해적국에 크게 다름 없었다. 그러나 영국은 200년 후 5대륙 45곳의 식민지 제국을 건설, 세계의 통치자가 됐다. 죽은 고기를 찾아 다니는 볼품없는 하이에나 같았던 영국이 어떻게 밀림을 지배하는 사자로 탈바꿈하게 됐을까. 궁금증에 대해 영국출신의 젊은 석학 닐 퍼거슨은 세가지로 압축했다. 첫번째는 당시 선진국 기술을 쉼없이 모방해 만든 전함(戰艦)으로 거둔 영토확장, 두번째는 '민족이동'이나 다름없는 식민지를 향한 영국인들의 이주, 세번째가 복음주의 종파와 선교단체들에 의한 비정부적이고 자발적인 제국건설로 요약된다. 영국은 15세기말까지 유럽 최고의 해군 기술을 보유한 포르투갈을 모방해 포를 장착한 선박을 만들고 동인도회사를 설립한 네델란드를 벤치마킹하며 세계 상권을 넓혀갔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해적이 상인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책은 해적에서 상인으로, 상인에서 세계의 통치자로 거듭난 영국의 제국 역사 400년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영제국의 성공 비결과 세계 역사에 남긴 부정적인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서양인들이 쓴 찬양일색의 서구 역사책과 차별화 되는 점이다.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저자의 어린시절 아프리카 식민지 생활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친근하게 읽으면서 어느새 복잡하게 얽힌 서구의 근현대 역사를 퍼즐처럼 짜맞춰나가게 한다. 책은 전성기 영제국의 모습과 닮아있는 21세기 미국이 영제국의 흥망성쇠에서 얻을 교훈을 짚어내고, 아직도 변방에 있는 많은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모티브를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