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EU의 대중국 무기수출 금지

파이낸셜타임스 12월6일자

중국정부는 이번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에서 15년간 지속돼온 EU의 대중국 무기수출 금지조치를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한 당국자는 비록 중국의 에어버스 구입 연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EU의 무기금수조치가 EU와 중국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중국의 압력 속에 EU 내부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EU는 세계의 책임 있는 정치조직으로서 확고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EU는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25개 EU 회원국과 중국간의 교역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또 프랑스와 영국의 경우 중국과 군사훈련 분야에서 어느 정도 협력하고 있다. 이 같은 모순된 상황이 중국이 지난 99년 천안문사태 후 지속돼온 EU의 무기금수조치를 비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는 대중국 무기금수조치 해제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EU 회원국들도 EU 차원의 무기수출 행동규범을 강화한다면 무기금수조치 해제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EU 회원국들은 중국이 국제인권협약에 서명하는 등 인권보호에 신경을 쓴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들이 아직 대중국 무기금수조치 해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중국 무기수출과 관련된 행동규범은 여전히 자발적인 수준이어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물론 중국이 EU가 무기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버마ㆍ수단ㆍ짐바브웨 등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이들 국가들과 지정학적 중요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 핵 협상과 관련한 다자간 협상을 주도하는 등 아시아에서 정치ㆍ외교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타이완과 관련해서 중국은 여전히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부추기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타이완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공공연히 시사하기도 했다. 타이완의 안보를 강조하는 미국이 유럽의 대중국 무기금수조치 해제에 명백한 반대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U가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할 경우 유럽과 미국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대다수 EU 회원국들은 국제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EU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EU가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기도 전에 대중국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한다면 이는 상업적 욕심에 눈이 멀어 국제적인 책임을 저버린 행동으로 비난 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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