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을 자랑하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치적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지만 지금 상황이 대통령의 유고 또는 부재상황이 아닌데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빠르면 한두달 안에 나올 수 있어 고 대행의 운신 폭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특히 권한정지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도 고 대행으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고 대행의 이 같은 고민은 15일 오전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 문제와 관련, 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한 데서 잘 나타났다. 시정연설을 위한 고 대행의 국회 본회의 참석문제와 관련, 이날 일부 언론이 총리실 관계자의 입을 빌려 “고 총리가 시정연설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한데 따른 것이다. 고 대행은 이 자리에서 “언론이 이렇게 앞서서 보도하게 된 배경이 뭐냐”며 “우리 간부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해서 된 것 아니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행은 이어 “4당이 합의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설명하고 “간부들은 개인적인 얘기를 해서 혼선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고 대행의 이같은 질책은 대통령 직무를 행사한 이후 조심스런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논란의 촉발시킬 수 있는 빌미를 총리실 관계자가 제공한데 대한 경고의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견제하고 특히 오는 5월 석가탄신일로 예상되는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의 사면을 막기 위해 개정, 통과시킨 사면법 개정안의 처리도 고 대행으로서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고 대행은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23일 국무회의에 이 법을 상정하도록 지시했다. 고 대행은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는 충분히 검토하고 내 지침을 직접 받아라”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강금실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의견으로 대통령에게 거부권(국회 재의 요청)을 행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혀 고 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편 고 대행은 앞으로 매주 월요일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정례 보고를 받기로 했다. 또 청와대와의 의견교환을 위해 정책실장과 국무조정실장간 라인이 가동된다. 매주 월요일 대통령이 주재하던 수석보좌관 회의를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박 실장이 그 결과를 고 권한대행에게 보고하게 된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